[기획] 수출·내수 기업 희비 교차… 경기 전망 양극화
수출기업 전망 전분기 대비 상승, 내수기업 전망은 하락 제약·화장품·식음료 경기전망 긍정적, 비금속광물·철강·소매유통 부정적
2025-01-1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국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내수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으로, 업종 및 기업 규모에 따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대·중견·중소기업계 모두 올해 초부터 내수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중기중앙회가 30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를 살펴보면, 지난달 78.7로 조사됐던 내수판매 경기전망지수는 1.6포인트 줄어들어 77.1를 기록했다. 기준점 100 이하는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0.2포인트 감소한 수출(79.7)보다 하락 폭이 더 크다. 중소기업 61.0%는 가장 큰 경영애로 사항으로 내수부진을 꼽았다. 2위인 인건비 상승(47.7%)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1월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수(93.8), 수출(94.9), 투자(91.9) 모두 2022년 7월부터 19개월 연속 동시 부진했다. 19개월 연속 부진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중견기업계는 주요 경기 지표가 모두 상승했지만, 내수 분야의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견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1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에 의하면, 경기전반(92.7), 수출(97.6), 내수(90.5), 영업이익(87.8), 자금사정(92.0), 생산규모(96.6) 등 6대 조사지표 모두 지난 분기 대비 상승했다. 이중 수출은 지난 분기 대비 가장 큰 폭인 3.5포인트 상승한 반면, 내수는 고작 0.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내수는 2022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56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1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 전망은 전분기 83에서 무려 10포인트 상승한 93을 기록한 반면, 내수기업 전망은 84에서 80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및 관세청 통계에서도 수출과 내수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개월 연속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6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는 10월 소매판매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4.4% 줄어들어 4개월 연속 감소세로 나타났다. 업종 별로 살펴보면, 올해 1월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측한 분야는 대개 내수 기반 업종이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오히려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제약(115), 화장품(113)의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를 10포인트 이상 넘겨 압도적인 긍정 전망을 보였다. 제약의 경우 신약개발 등에 힘입어 전분기에 이어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 또 화장품은 K-뷰티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 분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새해에는 긍정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산업부는 최근 반도체 수출 회복세와 K-푸드 수출 증가에 힘입어 수출 효자 상품인 전자부품(108.1), 식음료품(108.6)·도소매(104.6) 등이 기준치를 넘겼다고 전했다. 내수에선 전자부품(106.5)과 식음료품(102.6) 등 불경기에도 성장을 이어갔던 효자 품목만 선방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의하면, 중소기업 수출은 10대 중소기업 주요 수출품목 중 화장품, 자동차, 기타기계류, 전자응용기기를 중심으로 지난해 8월부터 플러스로 전환(0.7%), 9월까지 증가세(2.1%)를 유지했다. 수출에 참여한 중소기업 수도 8만5916개사로 전년대비 2.5% 증가해 수출 환경도 개선됐다. 반면 철강, 비금속광물 등 내수 업종은 건설경기 침체 및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부정적 전망이 대세다. 또 자동차의 경우에도 고금리에 따른 구매 부담 증가와 중국 등 외국산 전기차의 저가공세로 지난 분기 대비 하락하며 부정적 전망을 이어갔다. 수출 특수를 맞이한 산업도 세부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글로벌 투자 자금 대부분이 비만, 항암치료제,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됐다.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벤처 및 스타트업은 투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 내수 기반인 오프라인 매장에선 대형 백화점 업종만 경기 회복 기대감을 보여 사업장 규모 간 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의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은 97로 유일하게 기준치 100에 근접했다. 반면 편의점은 65로 지난 분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했으며, 대형마트마저 3포인트 하락한 85로 나타났다. 또 국민의 최소 휴일을 보장해 내수를 촉진 시키겠다는 대체공휴일 제도가 오히려 해외여행 증가로 이어져 내수 침체를 가중한단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안성 대형마트 파트장은 “요새는 명절에 본가에 가는 대신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아 지난 추석 때도 선물세트가 많이 팔리지 않았다. 올 설 연휴도 4일이나 되는데, 아마 같은 이유로 선물 세트 판매량이 저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으로 유출되는 국민 소비를 내수로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