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곳곳서 잡음···美·EU 설득 안간힘
바이든, 의회 지도부 만나 담판···공화 반대 여전 EU도 헝가리 반대에 막혀···'골든타임' 허비 우려
2025-01-18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논의가 답보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지원 중심에 있는 미국은 공화당의 반대로 유럽연합(EU)은 친(親)러시아 국가인 헝가리의 비협조로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다. 바이든 행정부와 EU 집행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명분을 강조하며 설득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이미 소진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의회 지도부와 직접 대화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군사지원과 국경 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안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했고, 미국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지원을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 등을 추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쟁 지원 예산안 처리보다 국경·이민 통제 정책을 우선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 두 사안을 연계한 협상을 수 주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있고, 협상에서는 일부 쟁점을 남겨두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하원 공화당은 극우 강경파 주도로 더 강력한 국경·이민 통제를 요구하며 상원 주도의 합의안 도출을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회동에 참석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예산과 국경 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우 긍정적인 회의였다"면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국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본인이 '국경 문제에서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회의에서 두어 명이 국경을 먼저 하자고 했지만 우리는 둘 다 한 번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동에서 의회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추가 예산을 신속히 제공해 미국의 지원 의지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을 촉구했으며 "상원 협상의 진척에 고무됐다"고 말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다만 당장 예산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어려움을 EU도 겪고 있다. EU도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적정 재원 투입' 명분을 내세운 친러시아 국가 헝가리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예산 증액 개편안 처리 지연과 관련 "(EU 회원국) 27개국 차원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2024∼2027년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 유로(약 71조원)를 지원한다는 구상이었지만 헝가리가 지난달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이날 헝가리 반대를 극복하고 만장일치의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헝가리가 거부권을 철회할지는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는 만큼, '예산 처리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