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는’ 메리츠금융, KB·신한지주 이어 시총 3위
조정호표 주주 환원정책 주효 증권가 “배당 운신 폭 증대”
2024-01-18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비은행 계열사들로만 구성된 메리츠금융그룹이 국내 굵지의 금융그룹을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주주환원 경영이 기업 가치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날 기준 시가총액 12조600억원을 기록하며 금융업계 전체에서 시총 순위 3위를 차지했다.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금융그룹(19조9536억원)과 신한지주(18조5619억원)의 뒤를 쫓고 있다. 전국 영업망 확대에 유리한 은행 계열사를 소유하지 않은 메리츠금융이 금융권 3위까지 시총을 끌어올린 배경에 조 회장의 주주 친화 경영이 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대주주 1주와 개인 투자자 1주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주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이어졌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2년 11월22일부터 지난해 1월 21일까지 2001억원에 취득한 자사주 484만5744주를 전액 소각했다. 또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해 소각한 자사주 총액은 5888억원에 이른다. 그룹 구조를 개선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룹의 조직력을 강화했다.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지분율은 각각 60.89%와 53.39%에서 100%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보유한 메리츠금융의 지분은 75.8%에서 46.94%로 줄었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금융의 주주 정책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원-메리츠’ 전환 계획을 발표했던 2022년 11월 21일 메리츠금융지주의 종가는 2만6750원이었지만 17일 종가는 5만9000원으로 두배 넘게 주가가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전일 대비 2.69% 오른 6만1100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다만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의 실적 둔화는 숙제로 남아 있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줄었다. 메리츠화재가 1조3353억원으로 26.7% 는 것과 대비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메리츠증권이 각종 충당금 반영 및 해외부동산 감액손실 반영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면서도 “올해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경우 메리츠금융지주 순이익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배당 운신의 폭은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