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저출생' 총선 공약…전문가들 "근본 안 건드리는 생색내기용"

민주, 10년 만기 1억원 출산지원금 도입 국민의힘, 육아휴직 급여 상한 '150→210만원' "예산으로만 문제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

2025-01-18     문장원 기자
이재명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18일 동시에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정책 대결의 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양당이 이전보다 일부 진일보한 정책을 내놨다고 평가하면서도 "근본 환경은 안 건드리는 정치권의 생색내기용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18일 <매일일보>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여야의 저출생 총선 공약에 전반적으로 이전 지원 위주의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성이 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민주당의 저출생 종합 대책에 대해 "기존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지원을 확대해 주는 기조로 가고 있다"며 "많이 지원한다고 효과가 있겠나. 예산도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때까지 지원이 부족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게 아니다"며 "저출산 문제는 모두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꾸 정부가 예산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또 민주당의 정책이 첫째 아이가 아닌 둘째와 셋째 아이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자녀 출산 시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3자녀 출산 시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제공하도록 했다. 출산지원금 제도도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는데, 첫째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 전환, 둘째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 대출과 함께 원금 50%가 감면, 셋째 자녀를 출산하면 원금 전액이 감면되는 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둘째와 셋째를 낳는 데 초점이 더 잡힌 것 같다"며 "이는 현재 저출산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10년 만기 1억원 대출 지원 자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유인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1억원 대출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아빠 휴가 1개월 의무화'와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기존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확대하는 정책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이날 저출생 대책은 '일·가정 양립' 부분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은 굉장히 적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지금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육아휴직을 늘리는 것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저출생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상림 연구위원도 "국민의힘이 지원 위주보다는 직장과 가족이라는 주체를 잘 활용하는 콘셉트는 조금 더 잘 잡혀 있어 논의는 약간 진일보한 면은 있다"면서도 "대기업의 정규직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 지원도 강조를 많이 했지만, 실효적인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에게 유인책이 되기에는 고민은 많았지만 약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