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축은행...‘신용사면런’ 우려

약 25만명 1금융권 대출 갈아타기 가능해져 연체 차주 신용점수 상승에 우량고객 뺏길라

2025-01-21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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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이른바 ‘신용 대사면’이 저축은행권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저축은행 고객들의 신용점수가 올라가면 은행권으로 우량 차주가 대거 이탈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도입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도 저축은행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반 악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신용사면, 대환대출 서비스 등이 저축은행업계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이 지난 15일 발표한 신용사면 조치의 핵심은 저신용자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한 것이다. 신용사면 조치로 약 25만 명이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1금융권인 은행 대환대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사면으로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고객은 저축은행 입장에선 우량 차주들이다”며 “고객들이 대출금리가 낮은 은행권으로 갈아타기 시작할 텐데 그만큼 저축은행은 우량 고객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말 시작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도 저축은행에겐 부담 요소다. 이 서비스는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온라인으로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작년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올해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환대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로 대출을 갈아탄 전체 차주 가운데 2금융권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초 9.3%에서 지난달 22.5%로 높아졌다. 특히 올 초부터는 대환대출 서비스 대상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주담대의 경우 업권 간 이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최근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갈아타더라도 한도가 줄어드는 문제도 완화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아파트 주담대 차주들도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저축은행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2년 말 3.4%에서 지난해 9월 말 6.15%로 치솟았다. 저축은행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 고객이 이탈하고, 연체율이 오르면 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부터 고통받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