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K-게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2025-01-21     이철우 게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게임이용자협회장
이철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게임사 N사가 “게임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특정 결과 값은 아예 등장하지 않도록 설정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음은 물론, 확률이 변동된 적 없다는 취지의 거짓 공지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으며, 이는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해당 게임사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안으로는 역대 최대액인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앞으로 게임사의 유사한 법 위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행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결정은 그 자체로도 게임 이용자의 권리와 관련해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이어졌던 게임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와 간담회, 게임이용자협회 설립 등 소비자 단체행동과 이러한 과정들이 계기가 된 국회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이어진 대통령의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 관한 의지 표명,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시행령 개정과 같은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즉 우리 사회 전반에 ‘게임 이용자’ 또한 게임업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며,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공정위의 결정 또한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 변화의 맥락 속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게임 전문 변호사로서 그다음은 법원일 것이라 기대한다. 현재 대법원은 위 N사의 확률 조작 행위와 관련한 이용자의 환불소송 상고심을 심리하고 있다. 그리고 위 공정위 결정을 토대로, 수천 명에 달하는 해당 게임의 이용자들이 환불 또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비자 단체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다른 게임의 소비자들에게도 얼마든지 확장하여 적용될 수 있다. 오는 3월 22일부터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따라서 3월부터는 게임제공업자 등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실제와 같이 표시하여야 하며, 확률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 확률을 표시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의한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며 후자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확률이 적용되는 아이템의 구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게임 내 정보 비대칭 및 불공정 상태를 해소하고 게임 내 공정거래를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혹자는 가뜩이나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법률 및 시행령의 시행이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 염려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자율규제형식을 통하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오고 있었으며,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알리는 행위는 상기와 같이 전자상거래법과 민법상으로도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사들에게 새롭게 주어지는 의무가 과중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현재 국내 게임의 부진 이유가 확률형 아이템 BM에 대한 지나친 편중과 국내 게임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도 하락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개정 게임법과 시행령의 시행은 게이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사들이 위와 같은 사회인식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개정법 및 시행령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이용자들 또한 과거의 문제에 대한 책임과 별개로 변화하고자 하는 게임사의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할 때, K-게임이 다시 한 번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