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민경제 ‘고물가·저성장’ 덫에 빠지나

생활물가지수가 3년 새 13.7% 올라 설 성수기 앞두고 사과‧배 가격 급등 政, 설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지원

2025-01-2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설 연휴를 앞두고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명절 고정 수요가 많은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전년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주요 성수품 가격을 전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3년 새 13.7% 오른 가운데 20%가 넘게 오른 품목도 42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생활물가지수는 114.80(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재작년(6.0%)보단 낮지만, 여전히 4%대에 육박하는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 생활물가지수는 일반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 및 기본 생활필수품 총 144개의 가격을 바탕으로 작성한다. 458개 전체 품목을 조사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괴리가 적어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지표로 불린다. 품목별로 보면 3년 전보다 10% 이상 오른 것이 99개로 전체의 68.8%를 차지했으며, 20% 넘게 오른 품목 또한 42개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대내 기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3.6%보다 1.0% 포인트 내린 2.6%로 내다보고 있다. 상승률 자체는 둔화하더라도 고물가 속 서민들이 이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설 명정 고정 수요가 많은 사과, 배 소매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소매 가격은 10개 기준 3만4029원으로 지난해 2만6626원, 평년 2만1705원과 비교해 각각 27.8%, 56.8% 비싸다. 같은 날 배(신고·상품) 소매 가격은 10개 기준 5만2113원으로 지난해 3만5005원, 평년 3만5745원보다 각각 48.9%, 45.8% 올랐다. 명절 수요가 높은 한우, 수산물 등도 오름세를 보인다. 19일 기준 오징어(물오징어·중품)는 1㎏에 1만5625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4.8%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1일 기준 한우 갈비의 경우 100g당 7802원으로 지난해 6966원보다 12%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설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과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으로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내달 설을 앞두고 사과, 소고기 등 10대 성수품(배추·무·사과·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밤·대추) 물량을 평상시의 1.6배 수준으로 늘려 공급하고, 농축산물 할인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작년 설 연휴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84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정부 할인지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 여기에 업체 자체할인 최대 30%를 더하면 품목별로 소비자 가격을 최대 60%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상기후 등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과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내수·민생 어려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