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물류대란’ 장기화… 수출中企 회복 ‘걸림돌’ 될라

지난해 유럽연합 수출 실적 ‘역대 최대’ 미국·예멘 갈등으로 홍해 수출길 불안

2024-01-22     김혜나 기자
부산항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홍해의 물류대란 장기화 영향으로 수출 중소기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12월 월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0% 증가한 576억달러, 수입은 10.8% 감소한 532억달러다. 무역수지는 4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7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올해 첫 달 한국의 수출 성적도 우수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15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15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중국(10.1%)과 미국(15.3%), 유럽연합(16.2%) 등에 대한 수출이 늘었다.

이에 기업들의 수출 전망도 긍정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수출 중소기업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30%는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 요인으로는 수출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34.4%)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수출국 다변화 추진(31.1%), 품질‧가격 경쟁력 우위(27.8%) 순이었다.

중견기업의 절반가량인 45.5%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2024년 중견기업 수출 전망 및 애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확대 전망에는 ‘경기회복(38.8%)’, ‘신규 진출 지역 매출 신장(35.0%)’에 대한 중견기업인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의 75.1%는 3개 이상 국가에 진출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주요 수출 시장은 미국(30.1%), 중국(22.4%), 일본(11.7%), 베트남(10.4%), 유럽(7.2%) 등 순이었다.

특히 EU로의 수출액은 지난해 683억달러(약 89조6000억원)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와 바이오헬스, 반도체 등 주요품목 수출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렇듯 수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예멘의 친이란 성향 반군 후티와 미국 간 갈등으로 인한 ‘홍해 물류대란’이 장기화되자 수출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무역의 핵심지 중 한 곳이다.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한 이후, 주요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은 홍해 항로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실정이다. 운항 거리는 약 9600km, 기존 대비 왕복을 기준으로 15일 이상 늘어났다. 이에 운송기간 연장과 물류비 부담이 늘어났다.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에너지 수급 상황 확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정유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출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석유·가스 비축 현황과 비상대응 매뉴얼을 점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기업들을 점검한 결과 수출 물품 선적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국내 원유와 LNG를 들여오는 과정에 차질은 없다. 중동을 지나는 우리 유조선·운반선 역시 모두 정상 운항 중이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더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면밀히 살펴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선박 보험료나 연료비 상승 등 운임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미국과 영국이 연합을 맺고 대응에 나섰지만 후티 반군이 반격을 예고하는 등 장기화 조짐이 보여서다.

특히 중소규모의 수출기업들은 운임 가격 상승이나 수출 선사 부족, 일정 변동 등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임시방편으로 항공 운송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운송비 부담이 커진다.

정부는 우선 이달 중순부터 내달 초 북유럽과 지중해 노선에 총 4척의 임시 선박을 투입하는 등 중소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수출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컴퓨터 주변기기나 가전제품, 소비재 등을 수출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는 홍해 물류대란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운임 상승이나 일정 차질로 인한 부담을 짊어진 상황인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