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 유얼 벨트?(What's your belt)”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게스트의 띠를 물어볼 때 쓰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개인 특성 요소들 중에는 혈액형, 별자리, MBTI, 그리고 나이를 파악하기 좋은 띠가 있다. 매년 수많은 브랜드에서 그해의 동물과 컬러를 활용하여 디자인 상품과 VIP 키트를 제작하곤 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패션업계에서는 여지없이 푸른 용의 물결이 눈에 띈다. 예로부터 용은 동쪽을 수호하는 사방신으로서 화재와 액운을 막고 궁을 수호하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이에 부적과 같은 디자인으로 풀어내어 희망과 행운을 염원하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펜디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망나뇽’, ‘미뇽’등이 등장하는 백과 레더 굿즈, 티셔츠, 액세서리 등을 선보였고 나이키는 용의 비늘을 연상케하는 텍스처와 컬러를 사용하여 에어포스와 덩크로우를 출시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오픈와이와이는 청룡 그래픽 티셔츠와 볼캡, 키링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콜렉션으로 MZ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벅스는 청룡 음료와 디저트, 텀블러 등을 선보이며, 식품과는 다소 매칭이 힘든 블루 컬러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귀여운 동물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친숙함과 유대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육십갑자 마케팅은 매년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프로모션이다.
십이지신(12支神)'은 동양 문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12개의 동물 신들을 나타낸다. 이 12개의 동물 신들은 각각 다른 성격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운명과 일상에 영향을 준다고 전해진다.
십이지신은 땅을 지키는 열두 신장을 일컬는다. 얼굴은 동물이고 몸은 사람인 신을 뜻하며, 십이신왕으로도 불린다. 풍수지리에는 12방위가 있는데 12방위는 모든 방향에 이름을 붙여놓았다.
십이지신은 12방위에 맞춰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있는데 해가 바뀔 때마다 동물들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오방색(청색, 적색, 황색, 흑색, 백색)을 합친 것이 ‘색깔-동물의 해’의 유래라고 한다. 이 띠는 60년을 주기로 특정 색깔 동물들이 각자 한 해씩을 맡아 한 바퀴씩 도므로, 60살을 환갑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비교적 짧은 기간 판매되는 육십갑자 신상품은 기획, 유통, 생산 등에 드는 원가가 높지만,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고 판매량 증대를 가져오기에 매년 시도되는 마케팅이다. 기획자이자 소비자로서,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유통업계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즐겁다.
명품 브랜드 시그니처 스타일을 새로 영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것처럼, 각 브랜드들의 마케터와 디자이너들에겐 즐겁고도 힘든 고민거리일 것이다. 디올의 뉴룩을 소프트한 버전인 ‘트라페즈 드레스’로 새롭게 풀어낸 이브 생 로랑, 아방가르드하고 파격적으로 풀어낸 존 갈리아노 등이 그 예시이다.
T인지 F인지를 두고 격한 공감과 유대를 느끼는 우리들은 어쩌면 매년 하나의 동물과 색감으로 커다란 유대감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12띠 순서에 관련된 십이지 설화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옥황상제는 짐승들을 소집해 “정월 초 하루아침에 나에게 세배하러 와라. 가장 빨리 오면 일등상을 줄 것이고 12등까지는 입상하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많은 동물들은 열심히 운동을 시작했고, 일부는 머리를 굴리거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얼마 후 달리기 경주가 시작됐고, 설화에서는 달리기에서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12개의 동물 순서가 정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 등수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여겨진다.
등수보다는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12마리의 동물들을 생각하며, 우리도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올해도 기운 넘치는 용의 기운으로 모두가 날아오르는 값진 갑진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