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거주 명도소송 시 집주인에게 증명 책임있다

2024-01-22     최재원 기자
엄정숙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세입자와 명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주인에게 실거주 사유가 있더라도 맹목적인 명도소송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는 법률상 정당한 퇴거 통보로 세입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세입자가 아직 갱신요구권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만약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명도 분쟁이 발생한다면 집주인에게 실거주에 대한 증명 책임이 있다. 명도소송이란 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실제로 가장 오래 걸린 소송은 21개월, 가장 짧은 기간은 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명도소송 기간은 4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집주인의 실거주 사유가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 지난 2020년에 개정된 이른바 ‘임대차 3법’에는 건물주가 실거주 목적이 있다면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은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되고 계약을 갱신할 수 없으니 법률상 계약해지가 된다는 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통보했다면 계약 종료와 함께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집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런데도 세입자가 이에 불응한다면 계약해지가 된 상황임에도 집을 반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도소송의 근거가 된다. 반면 집주인이 실제로 실거주할 목적이 아님에도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허위로 통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믿지 못한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주장하며, 버티자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존재한다. 해당 사건에서 1‧2심 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에 의문은 가지만, 명백한 모순이 없다며,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실거주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는데도 통상적으로 수긍할 만한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를 어떻게 진실로 판단해야 할지 종합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해석된다. 실거주 의사라도 집주인의 주거 상황, 구체적인 실거주 계획이나 사정을 세입자에게 증명할 책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거주 통보 기간을 놓쳤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이나 종료에 관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