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 심화…이커머스, ‘프리미엄·가성비’ 투트랙 전략

고물가 영향…저가·고가 상품 수요 동시 앙등세 온라인 시장 성장 둔화…한정 수요 둘러싼 경쟁↑

2025-01-23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업계가 ‘프리미엄·가성비’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고물가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불황형 소비가 떠오르는 동시에 고소득층 위주로 플렉스 소비가 늘어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확산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만큼, 양분화된 소비 시장과 한정된 수요를 놓고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비 양극화는 설 선물세트 온라인 판매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23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 설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10~20만원대 프리미엄 상품 또는 3~5만원대 가성비 상품을 구매한 고객층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매출 비중은 프리미엄 상품이 전체 40%로 가장 높았고, 가성비 세트는 25%를 차지했다. 이같은 형태는 해외 항공권 상품에서도 드러난다. 국내보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나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일본 등 중·단거리 해외 여행을 선호하면서도 비행기 좌석에 비용을 더 투자해 여유를 만끽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G마켓이 지난해 해외여행 항공권의 판매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비즈니스석 항공권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3.5배인 254% 치솟았다. 비즈니스석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여행지는 △베트남(18%) △태국(16%) △일본(12%) △필리핀(7%)등 순이었다. 또한, 상반기(32%)보다 하반기(68%)에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예약하는 비중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업계는 ‘극과 극’ 소비 트렌드가 계속될 것을 고려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프리미엄 상품과 가성비 상품을 집중 편성하는가 하면, 럭셔리 사업 확장 또는 최저가 전문관 마련 등을 꾀하고 있다. 롯데온은 오는 6일까지 ‘온마음 설’ 행사를 실시한다. 경기 침체에 맞춰 인기 상품에 추가 혜택을 담고 5만원 이하 가성비 상품을 늘렸다. 명절을 기해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고객이 지속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백화점 인기 브랜드 및 상품을 집약했다. 위메프는 내달 4일까지 선물세트 집중 판매 기간인 ‘설 피크 기간’ 행사를 개시한다. 최대 35% 할인 쿠폰과 함께 가성비·프리미엄 상품을 총망라했다. 주요 상품은 엘르 남성 2족 양말 세트, 설 세뱃돈 봉투 세트 등 실속 상품부터 설연휴 출발 기타큐수 4일 등으로 마련됐다. 11번가 내달 6일까지 ‘설레는 혜택날’ 행사를 연다. 가성비는 기본, 고품질까지 겸비한 신선세트 등 630만개 상품을 특가에 내놓는다. 특히, 양극화 트렌드를 착안해 한우 상품을 1등급 육우부터 1++(투뿔) 한우까지 부위별로 다채롭게 마련했다. G마켓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월간 ‘프리미엄 항공 라운지’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한편, 최저가 서비스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슈퍼딜(핫딜)’을 탈바꿈했다. G마켓 메인화면에 배치된 핵심 딜 코너를 셀러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최저가 상품수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과 쿠팡은 공산품, 신선제품, 생필품 등 할인 행사를 펼치면서 럭셔리 포트폴리오까지 확장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도 명품 수요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여성 럭셔리 플랫폼 ‘네타포르테’ 브랜드관을 신설한 데 이어 같은 그룹 산하 남성 전문 럭셔리 플랫폼 ‘미스터포터’ 브랜드관까지 라인업을 더했다. 쿠팡도 65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명품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으로 일상은 회복됐지만,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는 탓에 평균이 사라질 정도로 가성비와 프리미엄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화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저가부터 고가까지 상품을 다양하게 구색한 행사를 통해 소비 촉진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