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사태’ 따질 운영위 與 불참 속 빈손으로 파행

야 4당 대통령실 규탄 결의안 채택도 무산 순방 중 김진표 국회의장 귀국 후 재요구 방침

2024-01-23     이태훈 기자
23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관들에게 제압당한 사태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조치를 요구하며 23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현안질의와 결의안 채택 등은 이뤄지지 못했다. 여당과의 입장차만 확인한 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를 통해 재차 운영위 개의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운영위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운영위원들의 개의 요구로 열렸다.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항의했다가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히며 끌려 나간 사건과 관련, 현안질의 등으로 대통령실을 문책하는 차원이다. 야당 위원들은 △대통령의 사과 △대통령실의 김용현 경호처장 파면 △규탄 결의안 채택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이날 운영위는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 의사일정은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정하게 되어있는데, 운영위원장이 여당 소속 윤재옥 원내대표여서 야당의 의사일정 강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당은 이날 회의에 위원장과 간사인 이양수 의원만 참석했다. 대신 여야는 '강성희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강성희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후에 즉시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힌 채 사지를 붙들려 끌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공개된 영상을 보면 제압 시점에서 대통령 신변에 위협이 된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국회의원의 입이 대통령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겠느냐"며 "백번 양보해 행사에 차질이 있었다 하더라도 주최 측에서 조치할 일이지 대통령 경호관들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강 의원의 강제 퇴장 조치와 관련해 운영위에서 비교섭단체를 대표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 문제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이번 경호처의 강제 퇴장 조치는 국회의원 300명 전체에 대한,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강 의원의 이번 돌출 행동은 경호법상 명백한 경호법 위반이었기 때문에 이격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며 강제 퇴장 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라서 제압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위험한 특권의식일 뿐"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에 어긋나지 않게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여야 간 이견만 교환한 채 이날 운영위는 파행됐다. 윤재옥 위원장은 "다음 회의 의사일정과 관련해서는 간사 간 협의해달라"며 산회했고, 야당 의원들은 "1년 내내 합의하느냐"며 반발했다. 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산회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위해가 있을 때 실시되는 게 경호다.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말이 어떻게 위해가 되느냐"며 "(윤 대통령이) 말의 내용이 듣기 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호처의 경호에 심기 경호라는 게 있느냐"며 "저희가 국회의원이라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경호처가 안 되는 것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규 의원은 이번 사태를 묵과할 시 언론과 국민도 '대통령 과잉 경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진표 의장이 해외순방에서 귀국하는 대로 운영위 개최 조율을 요청할 방침이다. 관련해 박 의원은 "규탄 결의안 같은 경우도 운영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하기가 어렵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의장이 (여당에) 말씀을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