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환사채 악용한 불공정거래 막는다

발행·유통 공시 강화...“대주주 사익 추구 악용 방지”

2024-01-23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가 반복되는 편법적 사익추구 등 전환사채(CB)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전환사채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콜옵션·리픽싱 등이 불공정거래에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화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금융위는 전환사채가 발행·유통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부가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액으로 전환사채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며 리픽싱은 주가가 변동되면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전환사채는 이런 옵션 등과 결합해 중소·벤처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원으로 활용돼 왔다.

먼저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 공시를 강화한다. 현행 규정은 전환사채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관례상 대부분의 기업이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구체적인 행사자,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양도 시), 지급 금액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한다.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 사유, 향후 처리방안(소각 또는 재매각 등)도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가 향후 최대주주 등에 재매각돼 주식으로 전환되는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예외 적용 사유와 절차도 합리화한다. 일부 기업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경우에 정관을 이용,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현행 규정은 기업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하고 있다. 건별 주총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예외 적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또 일부 기업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을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불공정거래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당국은 앞서 작년 1월 사모 전환사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총 33명을 부정거래 등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다. 금융위는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사모 전환사채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해서 발굴,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