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럽, ESG 공급망 실사화 추진… 韓도 예의주시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시행 기업 반대로 연기 탄소국경세와 재생원료 등 시장 변화 관측도
2025-01-24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유럽 주요국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급망 실사화를 제도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의회는 작년 12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에 대한 잠정 합의했다. 해당 지침은 ESG 공급망 실사법이라고 불린다. 직원 500명 이상, 글로벌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27억원) 이상인 기업 등에 적용된다. 유럽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지침을 어길 시 매출의 5% 규모 과징금이 주어진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ESG 공급망 실사법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 시행이 시도됐지만, 기업 반대에 부딪혀 오는 2026년으로 연기됐다. 제도를 이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해외의 제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은 국가를 넘어 지역 단위로 ESG 강화를 추진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제한과 재생원료, 재활용 확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 등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유럽에서의 변화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국내 수출기업의 주요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량 중 유럽행 수출 비중(운송계약 건수 기준)은 9.8%로 집계됐다. 아시아(52.7%), 북미(19.4%), 중남미(13.1%)에 이은 4위다. 상대적으로 운송거리가 멀지만, 교류하는 업체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변화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고충 확대와 폐기물 시장의 흐름 변화다. 우선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대외리스크에 취약하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려면, 현지 시장의 제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비용뿐 아니라 시간까지 필요하다는 이유로 중소기업들은 변화에 취약하다. 유럽연합의 변화 중 국내 중소기업 가장 민감한 사안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CBAM은 EU가 수입 제품의 생산·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2년 기준 한국의 EU 수출액 중 약 7.5%인 51억달러(약 6조8000억원)의 품목이 이달 말부터 탄소배출량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 숫자로는 1700여개사에 달한다. 국내 폐기물 재활용 측면에서는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다. 재생원료 사용 제한도 EU가 추구하는 ESG의 핵심 안건이다. 국내 폐기물의 재활용 및 열분해 등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국내 폐기물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질서가 확립되지 않아 정확한 분류 없이 시멘트사로 유입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시설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주장하는 ESG의 가치가 글로벌 시장으로 전파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폐기물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진출했다”며 “하지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가 짧은 만큼, 제도적인 보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