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의존도 높은 K-산업, 美·中 갈등에 직격탄
美일부 품목 현지 생산 강조… 中진출 기업 압박 中 핵심 원자재 수출 제한… 韓, 양자택일 기로
2025-01-24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원료 수입부터 제품 수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산업계의 수출입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간 알력 다툼이 커지면서, 국내 핵심 산업이 그 여파를 맞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투자를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이에 중국은 핵심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거나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줄이는 전략으로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1년 만에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미중관계에 대한 상호인식 및 경제·통상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 양자협력 확대·재개 분야 합의, 글로벌·지역 이슈에 대한 입장 전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군사 소통, △불법 마약 제조·유통 방지, △인공지능(AI) 활용, △기후변화 대응, △인적교류 확대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이슈인 첨단기술, 수출규제, 공급망 등 경제안보 이슈에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최근 대만에서 반중파인 민진당이 승기를 잡음에 따라,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미중 갈등은 이미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동, 일부 품목의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해외 기업 생산시설의 자국 내 설립을 노골적으로 주문한 상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미국과는 친하게, 중국과는 멀어지려는 행보를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입는 중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제조업체 12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 전후 수출 변화상 조사’를 보면, 국내 기업 수출이 감소한 품목 대상 국가로 가장 많이 지목한 곳은 중국(39.4%)이었다. 당시 국내의 반일 불매운동으로 교역이 줄어들었던 일본(14.4%)보다도 크게 감소한 형국이다. 중국은 핵심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거나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줄이는 전략으로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글로벌 사회에선 제약바이오 분야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여파를 잘 보여준다. 두 국가는 차세대 수익원이자 국민 보건의료의 기반인 제약바이오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해외 기업계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거나, 중국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원료 수출국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시장의 정점인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제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 시장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국내 산업계는 의약품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한편, 신약 부분은 미국 시장 진출이 목적인 만큼 양국 갈등으로 인한 불똥이 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10년 만에 절반으로 급감했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나 제약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21년 24.4%에서 2022년 11.9%로 급감했다. 2022년 24억3000만달러의 원료의약품이 수입됐는데. 이는 2021년(20억9000만달러)에 비해 16.3% 수입이 증가했다. 그 중 중국은 우리나라가 원료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국가다.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을 수입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곳은 없다. 미국 수요를 겨냥하고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이 의약품 현지 생산을 유도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 진출과 관계없는 내수 기반 제네릭 제조 또한,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기업 대부분은 제조 단가를 절약하기 위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저렴한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의 원료 무기화에 앞서, 국내 실정에 맞는 국산 원료 의약품에 대한 개발과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방안 마련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