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급망 위기’ 올해도 지속… 산업 자립화 시급

산업계, 올해 글로벌 주요 이슈는 ‘공급망 위기’ 홍해 물류대란·美中갈등, 공급망 문제 키울 것 정부, 올해부터 핵심 품목 자립화 시동

2025-01-24     이용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글로벌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국가 정권 교체 등으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홍해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갈등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에즈운하당국(SCA)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교통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1월 1일~11일)에 비해 30% 감소했으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홍해 부근에서 민간 선박을 납치하고 공격함에 따라, 최근 미국은 이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공격을 가하는 중이다. 후티 측의 민간 선박 약탈이 멈추지 않자, 평소 수에즈를 지나던 물류 흐름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SCA 측은 “보안 문제로 상선들이 전쟁 지역에 진입하기보다 더 긴 항로를 택하게 됐다”며 “분쟁 위기가 글로벌 운송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며, 공급망 둔화로 이어진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지난해 12월 18일~24일 선복량이 연평균 대비 5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2일~8일(-47%)보다 10% 더 줄어든 수치다.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물류에 들이는 비용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홍해 물류대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비롯된 사건인 만큼,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문제에서 더 많은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직 두 국가의 분쟁이 끝나지 않은데다가, 일부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에 동조하며 국제 유가가 치솟을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지속중인 만큼, 물류비용 및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사의 유통 제조 단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ESG 공급망 실사화 법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해당 지침이 채택될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EU에서 이와 동등한 매출을 올리는 해외기업에게 ESG 의무가 적용된다.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맨 중소 제조기업들은 대외적 악재로 올해도 긴축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122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주요 이슈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23.0%), ‘미국 고금리 기조 장기화’(18.0%), 전쟁 장기화 및 지정학적 갈등 확산(17.2%) 등을 꼽았다. 이 외에도 △미중 갈등과 탈중국 필요성 증대(14.8%) △보호무역주의 강화(8.2%) △세계경제 피크아웃에 따른 글로벌 수요침체(7.4%)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심화(4.9%) 등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주요 글로벌 이슈로 꼽혔다. 2024년 미중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현 수준이 지속될 것”(58.2%)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았고, “갈등 심화”(23.8%), “소폭 완화”(17.2%), “대폭 완화”(0.8%)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올해 주요 선거를 앞두고 강대강 패권 경쟁이 다시금 본격화되고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심으로 갈등이 지속될 것을 예상한 결과로 보인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확산 등 글로벌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보호주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신규 거래처 발굴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45.9%)로 대응하거나, “주요 자원개발 투자확대”(23.0%)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확산에 대해서는 “대체 수출입처 물색”(63.9%)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이어 “특별한 대응 계획 없음”(13.9%),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13.1%)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공급망 위기에 대비해 핵심 품목 자립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공급망 안정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에 대한 후속 조치다. 국내 제조업의 핵심 품목인 이차전지 소재, 전기전자 핵심 부품 등 29개 품목에 대한 기술개발을 신규 지원할 방침이다. 또 리튬, 전기자동차용 영구자석 희토류 등 첨단산업 필수 핵심광물의 비축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경협 측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고금리, 미중 갈등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거래처 발굴, 대체 수출입처 물색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정부도 기업의 해외시장 신수요 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