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 부동산정책 믿을 수 있게 해주세요”

2024-01-25     안광석 기자
안광석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부동산은 금리와 심리로 움직인다. 현재처럼 금리가 높으면 수요와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 ‘돈맥경화’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부동산정책이다. 물론 정책이 시장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명확한 시그널만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보내도 수요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거래가 일부 활성화되는 간접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 업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일관성은 고사하고 시장에 혼선만 빚는 양상이다.

가까운 예로 윤석열 대통령은 1·10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사실상 없애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취지로 지난해에는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물론 해당 정책은 반대의견도 많고 워딩에 ‘어떻게’ 여부도 빠졌지만, 당시 국민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품었었다.

해당 정책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하기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통과가 필요한 부동산정책이 여야 합의가 이뤄져 제대로 시행된 경우는 1기 신도시법이나 재초환 완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언급될 때만 하더라도 집값과 거래량이 들썩이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레발을 믿은 둔촌주공 단지는 기어이 피를 봤다.

그래서인지 1·10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나 거래량 등 부동산 관련지표는 꿈쩍도 않고 있다. 이제는 단순 혼란 차원을 넘어 정부 시그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최악의 형태로 시장이 내성을 갖춘 것이다.

민감한 부동산정책이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국정운영을 보더라도 현 정부에 정책 일관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했다. 같은 해 10월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자 “지난 정권에서 채무가 늘어난 것”이라고 발언했다.

2022년 대통령 당선 직후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한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전 정권에서 물려받았다는 핑계는 이제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라는 발언과 배치된다.

그뿐 아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특정 인사를 겨냥해 “죄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한다”고 발언해놓고 막상 당선 후에는 반려자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까지 발동했다.

정부도 입장이 있겠지라며 제대로 된 해명을 듣고 싶어도 국민들은 알 수 없다. 초창기 나름 참신해 보였던 ‘도어 스테핑’을 모 방송사와의 마찰로 순식간에 없앤 정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신뢰가 가지 않으면 국민들은 반응을 안 한다. 가뜩이나 고금리에 내 집 마련과 대출금 갚을 걱정이 태산인 대한민국 서민들은 불황에 뭘 믿고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