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산 돼지고기” 한돈산업 위기 대응 총력, 특단 대책은
소비침체‧생산비 증가…돈가 급락‧한계농가 줄도산 우려 정부 차원 지원 절실…할인‧수출 등 자체 대응방안 마련
2024-01-25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지속된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 위축에 한돈 농가가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25일 사단법인 대한한돈협회(이하 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한돈자조금)는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홀에서 ‘2024 한돈산업 위기대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돈 가격안정 및 소비촉진 대책 마련 등을 논의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한돈산업은 노령화, 시설의 노후화, 질병 이슈 등으로 역동성이 떨어지는 와중에 정부의 각종 규제로 정책적 보호에서도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며 “현재 돈가는 턱없이 높은 생산비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경기침체로 송년회‧신년회, 연휴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시장수요가 크게 줄어, 돼지고기 전 부위 재고가 늘고 있다. 하락기 진입까지 겹치며 돈가는 급락 중이다. 대게 추석 명절 이후 10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월별 돼지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달(지난 24일 기준) 돼지 평균 가격은 1kg당 4348원이다. 지난해 동월(4756원/kg) 대비 8.6% 하락한 수준이지만, 생산비가 대폭 뛴 점을 고려하면 업계 체감 하락세는 더욱 거세다. 한동농가가 책정한 생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정 돼지고기 가격은 1kg당 최소 5100원 이상이다. 생산비 폭등의 원인으로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에 따른 각종 자금 상황, 이자부담, 사료연체율 등이 꼽힌다. 특히 생산비 비중의 70~80%에 달하는 사료값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대내외 변수로, 50% 이상 치솟았다. 생산성 하위 30% 구간 한돈 농가의 생산비는 평균 5709원/kg으로, 지난해 농가당 1억44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달 한 달에만 2700~31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현금 흐름이 막힌 한계 농가들의 줄도산에 이어, 지역 경제 타격까지 연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돈협회는 한돈농가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첫 행보로, 오는 29일 실무협의가 예정됐다. △사료비 부담 완화 △정부정책자금 △전기요금 부담 완화 △백신 피해 완화 △가축분뇨처리비 부담 완화 △민관공동 돼지 수매 사업 추진 △돼지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 등 크게 7가지 대책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다. 사료비의 경우, ‘양돈용 특별사료구매자금’ 신설과 기존 사료구매자금 상환기간 도래 시 연장 조치 등의 마련을 요구한다.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 일부를 한시 지원하고, 계절별 차등요금 적용대상에서 농사용 고압을 제외하는 방안도 건의한다. 백신 피해 완화를 위한 △돼지열병(CSF) 백신 변경 △구제역(FMD) 백신 피내접종 허용도 요청한다. 가축분뇨 처리비 부담 완화, 민관공동 돼지 수매 추진, 대대적인 돼지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 등이 필요함도 다뤄질 예정이다. 자체적인 대책 방안도 강구한다. 먼저 주요 대형마트 및 정육점등에서 최대 50%까지 전국 동시 할인행사를 연중 실시할 방침이다. 적자가 심화되고 있지만, 소비 촉진을 위해 단행하는 ‘고육지책’이란 평이다. 단체급식 한돈 사용 확대 지원으로 돈가안정에 기여하고 삼겹살데이, 한돈데이, 명절, 스포츠행사 등을 연계한 소비 촉진 캠페인으로 한돈 소비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식품기업, 플랫폼 사업자 등과의 협약으로 제휴마케팅을 강화해 한돈 판로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한류 열풍을 기반삼아 수출도 확대한다. 생육은 규제상 수출이 불가해, HMR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유관기간 등과 수출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방안을 지속 논의할 예정이다. 한돈 품질 관리를 위한 품질인증제(민간인증제)도 추진, 소비자 인식 제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돈농가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 등을 위해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살피고 개선해야한단 주장도 나왔다. 최근 한돈 가격은 지속 떨어지고 있는데, 외식으로 접하는 삼겹살 등의 가격은 비싸지고 있다. 인건비‧임대료‧에너지비용 및 채소 등 다른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돼지고기 가격에 과도하게 전가시킨단 지적이다. 각 가게별로 다른 ‘1인분 기준’도 소비자 혼동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 판매 용량 기준을 표준화해야한단 견해가 나온다. 손세희 한돈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식량안보 기둥인 한돈농가의 역대 가장 큰 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수익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제도적 개선 및 지원을 비롯한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