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中 '흑연 굴기'에 '실리콘 음극재'로 돌파구 찾는다

2차 전지, 자원 집약적 산업…공급망 불안 시달려 SK·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사들, R&D 투자 박차

2025-01-25     박규빈 기자
국내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전기 자동차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핵심 자원 무기화 정책까지 중첩돼 배터리 업계가 올해 호실적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중국산 원료를 대체할 제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이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판매 가격 할인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기인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고순도 천연 흑연을 신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흑연이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시장에 공급되는 중국산 흑연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지난해 12월 중국의 천연 흑연 수출 물량은 총 3973톤"이라며 "11월보다 91%나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2차 전지는 전형적인 자원 집약적 산업인 탓에 음극재 소재인 흑연 금수 조치가 생겨날 경우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공급망 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전 세계 흑연 채굴량은 130만톤이고, 이 중 중국은 65%를 차지한다. 제2의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천연 흑연을 인조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아울러 실리콘 음극재와 같은 대체재 개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업계는 실리콘 함량이 늘어날 경우 배터리가 부풀어올라 음극 방전 시 이전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점이 고함량 제품 상업화를 가로막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실리콘 구조 안정화 방안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해결한다면 공급망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21년 4000톤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20만톤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지난해 3분기부터 경북 상주 소재 실리콘 음극재 공장에서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내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포항에 연간 생산량 5000톤 수준의 공장을 건립키로 했다. 국내 유일 양·음극재 동시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실리콘 음극재 R&D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킬로그램당 60~80달러로, 기존 천연 흑연보다 8배 비싼 가격이 실리콘 음극재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시장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