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갈등 ‘완전봉합’?…올해는 더 크게 온다
KT스카이라이프-현대홈쇼핑 합의안 도출 지연…마지막까지 예의주시 대가협 첫 중재에도 반복 가능성 여전…산정 기준·가이드라인 '애매모호' 현실 반영한 수수료 산정 기준 필요…정부 가격 개입 놓고는 의견 분분
2025-01-25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홈쇼핑과 유료방송업계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지만 올해 재계약 과정에서 업계 간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수수료 산정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모호한 데다가 양 사업자 모두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갈등 양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은 최근 송출수수료와 관련해 시청자 보호 등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룬 후 세부 사항을 조정 중이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던 홈쇼핑과 유료방송업계 간 수수료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초 지난주로 예정됐던 양사의 최종 합의안 도출이 한 차례 미뤄지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가 인터넷TV(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방송 송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지상파 채널에 가까워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번호일수록 금액이 높게 책정돼 있다. 유료방송업계는 벌써부터 올해 예정돼 있는 재계약을 걱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양측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만큼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블랙아웃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지난해의 경우 수수료 인상 폭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마지막까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업계는 정확한 매출 데이터에 기반한 수수료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홈쇼핑은 모바일·인터넷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해당 경로를 통한 결제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실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지난해 8~9월 1달간 TV홈쇼핑 7개 채널의 방송 꼭지 1341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모든 방송 꼭지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V홈쇼핑 시청자의 약 69%는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모바일·인터넷 매출 반영 수준을 사업자 간 합의에 맡겼을 뿐 정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수수료 산정의 근거인 대가산식의 요소에 대해 양 사업자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고, 대가산식 요소에 대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수료 협상시 불공정 경쟁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호하며, 불공정 행위에 대응한 공적제도의 활용에도 사업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확한 수수료 책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의 경우 사상 최초로 대가검증협의체를 가동해 갈등을 중재했지만, 자문의견의 형태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개입이 역으로 업계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료방송의 가입자 수는 검증받지만, 홈쇼핑업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합리적인 송출 수수료 구조 정착을 위해 정부가 유료 방송 매체별 홈쇼핑 매출 기여도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정부가 시장 가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사업자가 다양한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유료방송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