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농협중앙회장 주인공은 '강호동 조합장'…20년 만에 경남 출신

재도전 성공한 강 당선자 "지역농협을 중앙회 주인으로" 무이자 자금 20조원 조성·미래전략실 신설 등 약속

2025-01-2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17년만에 직선제로 이뤄진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강호동(60)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이 차기 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지만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면서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흔히 '농민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이번 선거도 200만명이 넘는 농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5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강 조합장이 1차 투표에서 607표를 얻어 1위에 오른 이후 결선에서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과 맞대결을 벌인 결과 당선됐다. 결선 득표수는 강 조합장이 781표로 조 조합장(464표)보다 317표 앞섰다.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면 당선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 2위 후보자 간 결선 투표에서 강 조합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강 후보자는 결선 결과 발표 뒤 당선증을 받고 "농협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지며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990년 민선(民選)이 도입되면서 직선제로 치러지다가 도중에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고 2021년 농협법 개정으로 다시 전체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회귀하게 됐다. 율곡농협 5선 조합장인 강 당선자는 지난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해 약 40년간 농업·농촌 분야에서 일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았고 이 밖에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를 지냈다. 강 당선자는 2020년 제24대 선거에도 도전했고, 당시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율곡농협 출신인 강 조합장이 당선되면서, 농협중앙회는 2004년 제20대 중앙회장 선거 이후 20년 만에 경남 출신 회장을 탄생시켰다. 강 당선자는 지역 농·축협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무이자 자금 규모를 20조원으로 늘리고 상호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중앙회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조합원을 위한 요양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중앙회와 하나로유통, 농협홍삼, 남해화학 등을 보유한 경제지주의 통합을 제시한 것도 주목받았다. 지난 2012년 농협은 중앙회·경제지주·금융지주' 구조로 개편됐는데 10여년 만에 재통합이 추진되는 것이다. 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시 중앙회 산하에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만 남게 된다. 다만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편 강 당선자의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총회일 다음 날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