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미들도 짐을 싸고 있다. 대신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리는 미국과 일본 증시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5일 기준 50조 5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59조 4949억원이었지만 한 달도 안 돼 8조 9919억원이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상품을 사고팔기 위해 증권사 등에 맡겨둔 돈이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개미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빼간 결과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등을 돌린 개미들은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미국 주식을 6억 5580만달러(877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19억 2220만달러(2조 5719억원)를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선 매수세로 돌아섰다. 개미들은 이달 들어 일본 주식 역시 지난달(628만달러·84억원)보다 15배 많은 9211만달러(1232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는 맥을 못 추는 반면 해외 증시는 훨훨 날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는 6.66%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2200대에서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3.38% 떨어졌다.
반면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1.1%, 2.5%, 3.0% 올랐다. 이 중 S&P500지수는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 나갔다. 거품경제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새로 쓴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같은 기간 6.8%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해외증시에 대한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은 다른 증권사에서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자사로 옮기면 현금이나 주식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그니피센트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7개의 대형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증시는 물론 미국 경제가 견조한 펀더멘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반면 한국증시는 답보상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