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탑티어' K-원전 명성, 생태계 복원부터
원자력 전공·졸업자, 계속 줄어드는 추세 매출액도 감소세…"정부, 물량 확대 필요"
2025-01-28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원자력 발전소 관련 업계가 해외 수주 낭보와 논의를 이어가며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유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충원은 되지 않아 업계 밸류 체인이 무너질 것을 대비한 생태계 복원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신한울 3·4호기 원자력 발전소 주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경북 울진군 북면 일원에 1400메가와트(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공사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가 적용된다. 총 사업비는 3조1000억원 규모다. 해외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러시아 로사톰이 주도하는 40조원 수준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4호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지난 25일 첫 콘크리트 타설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터빈 건물과 기자재 공급을 맡게 됐다. 이 외에도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와 폴란드에 방문해 국영 전력 기업 관계자들과 회동했고, K-원전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고,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순위에서도 원자력이 올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미국 웨스팅 하우스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원전 수출길이 열리는 등 국내 원전 업계는 해외 유수의 동종 기업들과 위상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떠받치는 밸류 체인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과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사업 추진 시 기업들이 물량 감소(19.5%)와 인력 수급(18.0%) 부분을 대표적 애로 사항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인력 유지(7.2%) △제품 단가(5.7%) △기술 개발(4.8%) △자격·인증 취득·유지(3.7%) △판로 제약(3.4%) △정부·공공 지원 부족(2.2%) △자금조달(2.1%) △기술 유지(1.3%) △생산 차질(0.4%) 등의 애로 사항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도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전체 인력은 3만5104명으로, 2020년 3만5276명 대비 172명이 줄어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권 시절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됐던 2017년 3만7261명에서 4년 새 2157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현 시점에서는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까지의 원전 인력 수요는 총 2948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811명, 2023년 530명, 2024년 647명, 2025년 529명, 2026년 431명으로 조사됐다. 원전 사업 분야별 전공별로 살펴보면 원전 건설‧운영 분야는 주로 기계‧전기‧전자 전공, 안전‧해체 분야는 원자력‧에너지 전공 등 분야별로 인력 수요가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원자력 관련 전공 졸업자는 571명, 취업생은 163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7%. 10.4% 줄었다. 중국 등으로의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국내외 기술 도입 건수도 41건으로 2020년보다 17건이나 적었다. 또한 업계 총 매출액은 2021년 21조5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고, 총 투자비도 8조6501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이는 곧 원전 산업체들의 경영 환경 악화로 이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은 "물량 공급 확대가 이뤄져야 파이가 커진다"며 "정부 차원에서 원전 사업 규모를 키워 각종 지원책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