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ICJ '학살 방지 명령'도 무시…'마이웨이' 계속될 듯
"집단학살은 하마스 소행…제거까지 전쟁 계속" 국제사회 종전 요구 불수용…변수는 '인질 협상'
2025-01-28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방지를 명령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을 사실상 무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완전 제거'가 종전 조건임을 다시 확인하며 전쟁을 계속할 뜻도 천명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일방적 공세에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독자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현지시간) 방영된 회견에서 "ICJ의 사건 심리 준비상태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증명한다"며 집단학살을 자행한 것은 하마스라고 반박했다. ICJ는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청을 검토해 지난 26일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구체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살해와 심각한 신체·정신적 상해 등 제노사이드협약(CPPCG)이 금지한 행위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할 것 △이스라엘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치하고 직접적·공개적 선동은 방지·처벌할 것 △집단학살 혐의 증거 보전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도록 조치할 것 등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관련 재판 관할권이 ICJ에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런 와중에 ICJ가 자신들의 전쟁 명분을 퇴색하는 결정을 내리자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홀로코스트로부터)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의 핵심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강력해지고 결단력이 있어야 하며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적들이 이스라엘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일인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모두를 학살했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또 학살이 반복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은 ICJ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종전 요구도 거부한 것이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변수는 인질 협상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지만, 추가적인 인질 석방 성과가 없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전쟁과는 별개로 중재국을 통해 하마스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주도의 협상에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100여명을 석방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2개월가량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합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는 합의가 향후 2주 내 타결될 수 있으며, 이는 전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의안에는 하마스가 여성과 고령자, 부상자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30일가량 중단, 이후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과 남성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추가로 30일가량 군사 작전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