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관건은 수위 조절

PF 130조원 규모 "책임질 곳 책임져야, 문제는 리스크 규모" 10년 전 위기 때는 하도급사 800곳 위기... 연관 업종 여파 커"

2024-01-29     이소현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올해 상반기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만연화 된 건설기업 옥석가리기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시장 정상화를 위해 부실사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구조조정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및 건설·금융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부동산PF 지원을 통한 건설사 살리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건설 호황기 시공사는 PF 신용보강에 참여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금융사들은 높은 이자율을 위해 사업성 평가 문턱을 낮추면서 위험성을 키웠다. 이렇게 불어난 국내 PF 규모는 지난 2023년 상반기 기준 13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모든 사업장을 구제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용인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또 부실 사업장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시장 잠재 리스크가 산업계 전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곳은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건설업 전체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우량기업까지 영향을 받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려질 옥석의 기준을 정하기에 애매한 것도 사실이기에, 건설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준을 제대로 측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원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PF 중에서 최대 부실 가능 규모는 70조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침체 속에서 전국 대부분의 사업장이 사실상 위험 수위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건설업계는 시장경제 원칙대로 가되, 살려야 할 곳은 살려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PF 옥석가리기를 이유로 시장에서 불합리한 대출 관행이 강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적기관에서 보증서가 발급돼도 금융기관 차원에서 수용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시행사들은 금융사들이 시공사의 책임 준공을 확보했음에도 이보다 위험성이 높은 연대 보증을 요구하거나, 무조건 상위 시공사의 신용보강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과정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 시공사의 신용보강에 의존하며 건설업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금융이 고도화되며 사라졌던 관행들"이라면서 "이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다른 업종과의 연계성이 높은 점도 고려할 점이다. 건설업 위기가 깊어질 수록 주택 공급 등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커지게 된다. 실제 지난 2012년 때도 쌍용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해 관련 하도급사 800여 곳이 줄도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도 유사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으나 대비책은 전무한 상태다.  한 하도급사 관계자는 "예컨대 신탁사가 대행업체로 개입해 있는 경우 발주처와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지면 책임을 미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관 사업의 여파도 우려된다. 한 자재업계 관계자는 "작년 3월부터 고철 수입이 사실상 멈췄다"며 "건설기업들이 착공을 미루면서 철근 수요가 감소하고 국내산 고철만으로 수요가 충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옥석가리기가 이뤄져야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이 건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PF 대주단과의 책임준공약정으로 인해 상당수 건설사가 높아진 공사비를 무릅쓰고 자체 자금 투여해 공사를 진행해 왔다"며 "또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가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사비가 증가함으로써 신규 개발사업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연 사업장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할 것"이라며 "개선된 사업추진 여건을 토대로 정상 추진 가능 사업장에 대한 선별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