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욕먹을라” 성과급 깎고 복리비 늘린 은행

5대 은행 성과급, 통상임금·기본급의 200%대로 줄여 임직원 복리후생비는 개선… 작년보다 16% 올리기로

2025-01-29     최재원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주요 은행들이 최근 타결된 임금·단체협약에서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전년보다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적한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모두 이달 중 2023년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5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0%로 결정됐다. 지난해 3.0%에서 1.0%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경영 성과급도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늦게 임단협 협상을 진행한 하나은행은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달 말 200%를 선지급하고, 4월 말 80%(우리사주 50% 포함)를 주는 형식이다. 올해 현금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는 하지만 지난 2022년 임단협에서 이익 연동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국민은행은 통상임금의 2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임단협에서 통상임금의 280%에 더해 현금 340만원까지 얹어주던 데서 후퇴했다. 신한은행(기본급 361%→기본급 281%)과 NH농협은행(통상임금의 400%+200만원→통상임금의 200%+300만원)도 전년보다 성과급을 줄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본급의 180%대에서 잠정 합의했으나 정확한 규모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1년 전 기본급의 292.6%를 지급했던 것보다는 조건이 나빠졌다. 지난해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8조6920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약 26조3804억원)보다 8.8%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도 고금리 시기 은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상생 요구를 의식해 직원 성과급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올해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위험 관리 필요성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은행들의 결혼지원금·출산 경조금 등 임직원 복리후생은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5대 은행의 복리후생비 지급 규모는 약 3244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795억원)보다 1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 역시 379만원에서 444만원으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만 35세 이상 미혼 직원에게 결혼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출산 경조금 역시 첫째와 둘째 모두 80만원씩에서 각각 100만원, 200만원으로 올렸으며 셋째(150만원→300만원)와 넷째(200만원→400만원)도 올렸다. 국민은행도 자녀 출산축의금을 증액했다. 둘째는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셋째 이상은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오른다. 입양 역시 현재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늘어난다. 미취학 자녀 교육비도 둘째의 경우 월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셋째 이상은 월 20만원에서 월 25만원으로 상향했다.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 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했다. 재고용을 조건으로 한 육아 퇴직과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하고, 본인 결혼 축하금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였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원격지 발령 직원들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장기 근속자를 위한 안식 휴가를 확대하고, 건강검진 대상자에 본인 부모를 추가했으며,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와 2시간짜리 ‘반의 반차’ 휴가를 신설했다. 이러한 증가세를 고려해보면 지난해 전체 임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은 2022년(57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