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제 개혁 위해선 제3지대가 스스로 필요성을 입증해야
2025-01-30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개인적으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가진 정치적 지향성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근래 들어서 한 가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은 그가 상당히 일관성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마찰에 신당을 창당했으나 결코 그 신당으로, '제3지대'로 정계를 재편하겠다고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양당을 대체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사실 과거 그가 깨뜨리고 나온 바른미래당의 표방 가치가 제3지대 구축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 제3지대를 다시 언급하는 것이 모순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 지지자들이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하게 기대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일관성이다. 만약 그러한 일관성을 깨뜨릴 만한 분기점이 있다면, 충분한 사과 또는 반성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자들은 자신이 따랐던 정치인을 더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신당들이 이합집산 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이 든다. 애초 제3지대가 요구됐던 이유는 양당제 하에서 두 거대 정당이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가치들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수 의견들을 충분히 대변하는 이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 포함시킴으로써 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연동형 비례제 같은 선거제 개혁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현했다. 그러나 제3지대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의석 획득에만 집중하다보니, 가치와 이념의 통일 없이 뺄셈 합당을 거듭하고 있다. 마치 각각의 지지율을 합산해 20% 가까운 지지율을 기대했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막상 합당하니, 2018년 지선에서 8%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었던 과거가 반복되는 듯하다. 정당은 특정한 가치와 정책을 추구하는 집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한 세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정당은 대중의 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에 기대거나, 기존 정당들과 다를 바 없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제3지대와 양당의 차이가 없어진다. 이러니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설득력이 약화된다. 기존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정당들의 범람은 정치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만을 불러일으킨다. 양당제보다 후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진정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제3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스스로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가겠다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등을 보며, 이미 충분한 정치적 불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불신 극복에 필요한 것은 제3정당들의 국민을 향한 '계몽'이 아니라 '성찰'과 본인들의 가치에 대한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