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식품업계 ‘신성장동력’ vs ‘적자 덩어리’ 줄타기
바이오 업황 불황에…기업 전반 실적 위축‧주가하락 중장기 미래 투자 성격…“일시적 손해 감수할 것”
2025-01-30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의 유망 신사업으로 주목받던 바이오부문이 불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바이오는 식품기업들에게 과포화된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종합유통기업’으로 정체성을 확장하기 위한 최적의 시너지원으로 꼽혀왔다. 국내 주요 식음료기업들은 자본 동원력과 인프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신사업에 투자를 적극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시장 불황으로, 관련 사업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적자 주범’으로 신분이 바뀐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지난해 영업익 감소세를 보인 데엔 바이오 사업 성과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식품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사료첨가제를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가 발목을 잡았다. 수년간 호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전반의 이익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지난 3분기 CJ제일제당의 바이오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한 102억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바이오사업 수익성이 여전히 회복되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추정한 4분기 CJ제일제당 바이오(FNT 포함) 부문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519억원, 998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3.7%, 12.6% 쪼그라든 수준이다. 트립토판과 발린, 알지닌 등 스페셜티 판매는 양호했지만, 원당 가격 상승 영향과 중국 축산 업황 회복 지연으로 라이신 판매가 부진했고, 셀렉타 주요 제품 판매량 및 판가 하락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중국 경기 상황과 맞물린 바이오 부문의 올해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지 않단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대상도 바이오에 발등을 찍혔다. 대상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1232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소재 부문 라이신 및 바이오 시장 불황으로 인한 손익 저하가 직격타를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1098억원으로 0.6% 소폭 신장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8% 줄어든 675억원이다. 올해 바이오 제품 매트릭스의 전략적 운영 및 제조 경쟁력 제고로, 수익성을 개선해갈 방침이다. 오리온의 바이오 투자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이다. 최근 오리온은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로 전 세계에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의 지분 25%를 확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이번 지분인수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 진출과,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발판을 마련하겠단 복안이다. 하지만 오리온의 청사진과 달리, 주가는 도리어 급락했다. 바이오 시장 불확실성 및 추가 자본 투입 등에 의한 수익성 제동 우려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리온은 주당 9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레고캠바이오 인수 발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6일 전 거래일 대비 17.51% 하락한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지속 약세다. 장중에는 9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오리온의 주가가 10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9일(9만8100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코로나19 대표 수혜주로, 최근 수년간 급격한 시장규모 및 수익성 확대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선 글로벌 경제 불황 및 투자 한파에 따른 자금조달난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식품기업이 바이오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 신수종 수익모델 구축을 위한 성격이 짙기에 당장의 제동으로 사업을 철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