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악화일로…상반기 손실만 5조
1월 확정 손실규모 3121억원 정부, ELS 상품 전반 점검 지시
2024-01-30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올해 상반기 손실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황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1월 손실액은 이미 3000억원을 넘어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 ELS 손실액은 5~6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까지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 규모다. 홍콩 ELS는 홍콩 항셍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상품으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에서 2021년부터 판매됐다. 당시 홍콩H지수가 1만2000선을 넘어섰지만 현재 5000대까지 부러지면서 투자 손실 이슈가 불거졌다. 올해 상반기 홍콩 ELS 만기 상환 금액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월별 ELS 만기 상환 금액은 △1월 9172억원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 △4월 2조5553억원 △5월 1조5608억원 △6월 1조5118억원으로 알려졌다.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녹인(knock-in)’형은 녹인 발생시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녹인 미발생 시 녹인기준(통상 50%)을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 녹인(No Knock-in)형'은 65% 정도가 수익상환 기준선이다.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으로 회복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 홍콩 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5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대통령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홍콩 H지수 ELS 판매현황, 투자자 손실 상황, ELS 가입자들의 투자자 유형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ELS의 은행 판매 중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은 모두 위험하다.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29일부터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26일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은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 권고 사안을 수용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추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