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니…尹 이미 '최다 기록'

취임 1년 8개월 만에 총 5회, 9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 '여소야대' 노태우 7건·노무현 6보다 많아

2025-01-30     문장원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9번째 거부권 행사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한번 갱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취임 1년 8개월 만에 총 5번,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해당 법안을 모두 국회로 돌려보냈다. 양곡관리법 이후에는 '간호법 제정안(5월 16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12월 1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12월 1일)'에도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해는 1월이 채 지나기 전에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1월 5일)'과 '이태원 특별법(1월 30일)' 등 3건의 법안을 거부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전례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이미 역대 최다 기록을 뛰어넘었다. 윤 대통령 이전에는 거부권 대상 법안 기준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소야대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거부권 행사 빈도가 높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정감사 조사법', '증언 감정법', '해직 공직자 복직 보상 특별조치법', '지방자치법', '노동쟁의 조정법', '노동조합법', '국민의료보험법' 등 7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 '태평양전쟁 희생자 지원법', '학교 용지 부담금 환급 특별법' 등 6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재정 부담과 당·청 간 갈등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에 대한 시행령 수정 요구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 2건을 거부했다. 다만 민주화 이후 16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이 국회의 권한 및 절차를 규정하는 국회 관계법, 과거사 관련 법, 전·현직 대통령 관련 의혹 조사를 위한 특검 임명법 등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법안들이 다수였다. 그 때문에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의 경우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된 쌍특검법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거부권 행사라는 오명을 썼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민주당은 "정당성 없는 거부권 행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참사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고 사과하는 사람도 없고, 진실규명 노력도 없는 나라로 추락시키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의 피맺힌 호소를 외면하고 돈으로 때우겠다는 천박한 인식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