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0년 뒤엔 일할 사람 없다…산업계, 근무환경 질적 변화 필요

제조업 중심 인력난 문제 심화…IT업계도 개발자 등 '인재 모시기' 분주 질적 생산요소 경쟁력 강화 필요성 제기…육아·일 병행 환경 조성 나서

2025-01-30     이태민 기자
엔씨소프트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이른바 '인구 절벽' 문제가 심화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기업들은 해외 인력 공급 등을 통해 구인난 타개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근무 환경과 같은 질적 요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1만7531명으로 전년 동기(1만8981명)보다 1450명(7.6%)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2022년 10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8개월 연속 2만명을 밑돌았다. 반면 지난해 11월 사망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9명(0.3%) 증가한 3만255명으로 같은 달 기준 가장 많았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지난해 11월 인구는 1만2724명 줄었다. 통계청은 인구 고령화와 코로나19가 계속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철강 등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 집약 산업의 생산성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뿌리 산업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50년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계의 구조개혁과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4 7대 국내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인구 절벽 현상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2028년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면서 자본 축적 저하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잠재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는 중장기 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다. 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자본 등 양적 생산요소 확충은 물론, 기술·인적자본과 같은 질적 생산요소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해 보육 인프라를 늘리고, 선진국 수준의 이민제도 도입, 노령인구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독려 등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적 생산요소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과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역할 분담 구조 확립, 정부 연구개발 사업 성과 제고 등을 통해 산업계의 기술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연구개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최근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특히 IT업계는 직원들의 생애주기에 기반한 종합적인 출산·육아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은 사내 어린이집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유급 돌봄 휴가 등을 제공하는 등 정책을 통해 임직원 임신·출산, 육아를 장려하고 있다. 네이버는 임직원들의 원활한 출산·육아휴직을 지원하기 위해 ‘임산부 가이드’를 마련했다. 회사는 출산 예정일 150일 이전 임산부 등록을 통해, 회사가 구성원 임신 사실을 빠르게 인지해 해당 직원의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방지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카오는 제주 본사와 판교를 합산해 총 907명 아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임신 중 여성 크루는 모자보건법 상 규정된 보호 휴가(총 90일, 다태아 총120일)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대 10일간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일·가정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어린이집의 경우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며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 기업인 엔씨소프트 역시 사내 어린이집, 착유 전용 공간 등을 갖추는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엔씨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육아휴직 복귀율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100%다. 이와 함께 임신·육아기 휴직 및 단축근로, 난임 치료 휴가, 가족돌봄 휴직‧휴가, 본인 및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운영한다. 노동관계법 기준보다 더욱 강화해 운영 중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변화, 생산성 저하와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이슈가 있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 여러 가지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을 개선해야 저성장 국면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