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단일팀 지지 옥살이…“국가배상”

2015-02-09     허영주 기자
[매일일보] 소치 겨울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50여년 전 올림픽에 남·북한 학생으로 구성된 단일팀을 출전시키자고 주장했다가 4년 넘게 감옥살이를 한 어느 정당인의 사연이 관심을 끈다.
4·19 직후인 1960년 7월부터 사회대중당 경북도당 간부로 황동한 이석준 씨는 이듬해 5월 대구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올림픽에 출전시키자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당시 북한은 남북학생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남한의 혁신계 정당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씨가 연설한 집회 역시 학생회담을 지지하는 시민 궐기대회였다.  하지만 이씨가 연설을 한지 일주일 만에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자, 이씨는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한 혐의로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4년 7개월 동안 복역한 뒤 1965년 가석방됐다.
 
이씨의 부인 조모(89)씨는 1973년 사망한 남편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남북 학생들이 비정치적 영역에서 상호 교류하자는 취지로 열린 것”이라며 이씨의 누명을 벗겨줬다.
 
유족들은 무죄판결이 확정되자 국가를 상대로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억원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1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이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유족에게 총 5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부인은 장기간 가족들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했고, 자녀들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체포와 수감으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국가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