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부실에도 성과보수 펑펑… 단기실적만 좇는 관행 바꿔야

금감원 “PF임직원에 이연기간·비율 무시 성과급 지급”  실적 급급 집중 PF, 증권사 부실자산 증가에 1등 공신

2024-01-30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증권사들의 성과급 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배구조법상 명시된 성과보수 체계도 위반한 채 단기실적만 쫓는 관행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수 지급 현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7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성과보수 지급 실태를 점검했다.  적발 사례를 보면 A증권사는 지배구조법상 명시된 이연지급기간(3년)·비율(40%)을 위반했다. 이곳은 임직원별 성과보수가 1억∼2억5000만원인 경우 당해에 1억원을 지급하고, 잔액은 1∼3년간 이연 지급(연도별 5000만원)한다는 내부 지급기준을 운영했다. 예컨대 성과급이 1억6000만원이면 1억원을 당해 지급하고, 1차 연도에 5000만원, 2차 연도에 1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3년으로 설정된 최소 이연 기간·비율을 위반한 것으로 A증권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95억원의 성과급을 잘못된 기준으로 지급했다. B증권사는 이연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임직원에게 지급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상당수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18%)에게 성과보수 13억원을 전액 일시 지급했다. C증권사도 계약직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43%)에 대해 성과보수 20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다.  이들 외에도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담당 직원의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금액(예 : 1억원) 미만일 경우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부동산 PF 업무수행 직원의 57%가 성과보수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측은 “일부 증권사는 잘못된 지급기준에 따라 최소 이연 지급 기간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이연 지급 대상을 임의로 제외한 것은 장기성과와 연동하여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 점검으로 적발된 사항은 지난해 7월 실시한 점검 때도 지적된 사항이다. 당시 2022년 증권사 PF 성과보수 체계 점검을 실시한 금감원은 성과급 80% 이상 현금 지급을 비롯해 성과보수 이연지급 기간·비율 위배, 이연지급 대상 임의 제외 등을 적발했다.  약 6개월 만에 재점검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잘못된 성과보수 체계 관행이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는 것이 ‘단기 성과주의’다. 특히 부동산 PF는 이런 비판의 핵심이다. 위험성이 크지만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많은 증권사 임직원들이 부동산 PF에 자금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높은 성과급을 받아간 것이다. 단기 실적을 쫓는 폐해는 과도한 성과급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고정이하여신 확산에 일조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으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8833억원이었다. 해당 여신은 2022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PF 확산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몇년간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위기와 부동산 시장 악화 여파로 수익 급감과 PF 리스크까지 떠안게 댔다. 즉 단기 성과주의 속에서 증권사 일부 임직원들이 부동산 PF에 집중, 과도한 성과급과 증권사의 부실 자산 확대를 불러왔다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중에서 위험도가 높은 쪽은 주로 증권사 취급분“이라며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부동산 PF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7월과 달리 불합리한 성과보수 체계를 운영한 증권사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7월 제도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사항에 대해 엄중히 조치, 증권사들의 성과보수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지배구조법에 따라 성과보수의 이연·환수·공시 등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해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