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 동동’ 구르는 中企…고급인력 ‘태부족’

83만7000여 중소사업장 중처법 대응 어려움 호소 정부, 제도 현장 안착 목표로 공동안전관리자 육성

2024-01-31     신승엽 기자
이성희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계가 안전관리자 확보를 가장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적용된다. 중처법은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가중처벌 내용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 확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중처법 유예 무산으로 중처법의 대상에 적용된 기업은 83만7000여개에 달한다. 모든 기업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상시근로자 20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 중 제조업, 임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 재생업, 환경 정화 및 복원업 등 5개 업종은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어도 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이를 점검해야 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고 필요시 대응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 확보에 대한 애로를 계속해서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에 참여한 50인 미만 사업장 7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는 여전히 중처법 관련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기존 직원이 안전교육을 이수하려면, 현장의 인력이 일정기간 사업장을 이탈하게 된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직원 1명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특히 중소제조업은 직원 이탈에 더욱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계는 공동안전관리자의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도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안전관리자를 선택했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유사 업종의 업체들이 안전관리자를 공동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안전관리인력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제도 의무사항까지 준수하게 된다.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이 주변의 동종·유사기업들과 함께 안전보건전문가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전보건전문가 공동 채용 지원 예산은 약 120억원 가량으로, 각 협회 자율에 따라 운영하지만 전문가 1명이 관리하는 기업은 최대 20곳 가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장은 아직 중처법 시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아직 2월 1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남았음에 불구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현장에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