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벌써 3년째…작년에만 1600명 군부 손에 죽었다
쿠데타 정부 2만 5000여명 정치범 체포·구금 UN "누구도 잊혀선 안돼" 국제사회 관심 촉구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21년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군사를 동원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내고 군사 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미얀마 전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나 군사 정권은 시민들을 유혈진압하며 인권 탄압을 이어갔다.
31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군부에 의해 살해 당한 민간인 수는 전년 대비 300명가량 증가한 1600명으로 집계됐다. 또 쿠데타 이후 2만5000여 명 이상이 정치범으로 체포·구금됐으며 이중 1576명은 군부 억류 중 사망했다.
이렇듯 '학살'이 이뤄지며 미얀마 시민들의 고통은 가중됐지만 역설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쿠데타 초반에는 UN(국제연합) 및 EU(유럽연합),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에서 쿠데타를 성토했다. 그러나 UN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 소속의 중국과 러시아가 군부를 두둔하고, ASEAN에서는 친군부 성향의 라오스가 의장이 되며 점차 비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또 지난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전쟁 등이 발발하며 이목이 분산되기도 했다.
한국 역시 2021년 2월 국회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미얀마 군부가 구금한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가스전 사업 등을 통해 군부에 수익을 제공한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방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외교부가 2023년에는 무기 홍보 행사에 주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하는 등의 행위를 벌여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볼커 튀르크(Volker Turk)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언론에 "전 세계에 닥친 위기들 중에서 누구도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며 "오랜 시간 고통받은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정치범 석방 및 군부에 대한 책임 규명,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미얀마 시민들의 항전이 지속되며 군부 통치가 종식될 것이란 기대도 생기고 있다. 민주 진영은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조직해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하고 무장 투쟁을 지속해 벌여왔으며,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동맹'이 군부에 대한 합동 공격을 벌이며 중국과 국경을 맞댄 주요 도시들을 탈환하기도 했다.
다만 전력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군부가 여러 세력으로 구성된 반군을 각개격파할 우려가 존재한다. 또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이 국경 인근의 치안 유지를 이유로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형제동맹'과 군부의 중재를 진행하는 등 미얀마 내부 정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