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 뒤덮는 ‘미스매치’…이공계 인력 양성해야
4개 유망 신산업, 고학력일수록 부족률 높아 인적자원 양성 및 외국인 유학생 유치 필요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산업 현장에서 이공계 인력의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 인력 태부족에 대한 대응이 현저히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패권싸움에 나선 상태다. 4차 산업혁명 진입 이후 판도가 뒤바뀌며 우수인재 확보와 핵심역량 향상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있어 주요 요인으로 부상했고, 각 국가는 첨단 기술 및 관련 인력 유치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먼저, 미국은 이민자로 이뤄진 국가인 만큼 오랫동안 인재유입에 힘써왔다. 특히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등 세계 각국의 우수인력 유치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환경도 대학경쟁력 등 인재유입 인프라 향상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중국은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는 ‘인재 리쇼어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핵심 인재가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면 정착금을 비롯해 주택, 의료, 교육 등 12가지 혜택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스위스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직업교육 전문 전담기관을 마련하고 직업교육 활성화에 나섰다. 핀란드는 향후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전망을 예측해 정책에 반영, 직업역량의 신속한 개발을 유도한다.
우리 기업들도 이공계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61%)이 이공계였다. 인문 계열은 36.7%, 기타는 2.3%였다. 반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 중 이공 계열은 38%에 그쳤고, 인문 계열이 43.5%로 더 많았다.
이에 신산업의 전문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부품·장비 분야 4개 유망 신산업의 산업기술인력 조사 및 전망’에 따르면, 차세대 반도체·차세대디스플레이·지능형로봇·XR 등 4개 신산업의 산업기술인력은 지난 2021년 말 기준 14만7520명으로 조사됐다. 총 부족인력은 6807명, 부족률 4.4%로 12대 주력산업 전체 부족률인 2.5%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고학력일수록 부족률이 높았다.
관련 업계는 이미 산업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반도체가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반도체산업 인력은 17만7000명이다. 오는 2031년에는 30만4000명이 필요할 전망인데,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이 5만600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0~2022년 중 국내 경제성장률(평균 3.0%)가운데 반도체 수출의 기여도는 0.6%포인트로 전체 수출의 약 20%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고급인력의 지속적인 해외 유출, ‘이공계 엑스더스’로 불릴 만큼 심화되는 의대 쏠림 현상까지 겹쳐 향후에도 반도체 분야 인력난은 지속될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인력 양성을 기본 골자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대책으로 제기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유학생 비율은 석사 14.3%와 박사 24.3%다. 반면 한국은 석사 10.6%, 박사 16.7%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대학·지역기업·지자체와 함께 단계별 전략을 추진한다. 지역 발전 전략과 연계한 해외 인재 유치‧학업‧취업 연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졸업 후 중견‧중소기업 일자리 연계 지원을 통한 국내 취업을 유도하고, ‘과학·기술 인재 패스트트랙 제도’를 본격 시행해 과학기술 석‧박사급 해외 인재의 국내 정착을 유도한다. 패스트트랙은 석·박사 학위 취득 후 영주·귀화비자 취득까지의 절차‧기간을 간소화하는 제도다. 비자 취득을 기존 5단계 6년에서 3단계 3년으로 줄이는 등이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인적자원의 개발과 혁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나아가 이들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쾌적한 연구 환경 등을 조성하는 것 역시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