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초사회와 가전의 혁신
매일일보 | 요즘 미디어에서 ‘분초사회’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24 트렌드 코리아가 꼽은 올해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분(分)과 초(秒) 단위로 시간의 효율성을 추구해 사용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가성비’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분초사회와 유사한 맥락으로 시간의 가성비라는 뜻의 ‘시성비’라는 말도 자주 사용된다. 소비자가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가 전보다 훨씬 커지고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시간 활용 관련 키워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1분 1초도 헛되게 쓰지 않으려는 삶의 치열함과 치열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가 깔려 있다. 힘들게 아낀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사용할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도 관심사가 됐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됐다.
한편 이런 사고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는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정도로 자동화된 가전제품과 전자기기의 발달이 한몫 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로봇 기술을 접목한 가전을 선보였다. 해당 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편리함을 증진시키고 가사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넘어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일 것이다.
많은 가전 중에서도 로봇청소기는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에 가장 가까워진 가전제품으로 꼽힌다. 청소의 특성상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나 로봇청소기의 등장으로 인해 가사 노동의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일반 가전들이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동화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로봇청소기는 점차 사람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평이다. 다른 가전들이 아직 기능 수행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빠른 속도다.
기존 로봇청소기의 핵심은 ‘얼마나 손을 대지 않고 완벽한 청소가 가능한가’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공간 및 사물 인식 능력이 고도화되고, 주거 환경에 따라 진공 청소뿐 아니라 물걸레청소가 동시에 가능한 올인원 로봇청소기가 대세가 됐다.
자동으로 침실, 거실, 주방 등 공간 특성에 적합한 흡입력과 물청소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카펫이나 러그 등을 감지해 물걸레를 자동으로 들어올리는 기능이 더해졌다. 예약 등 모든 기능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의 로봇청소기는 기기의 본질인 청소뿐만 아니라 스스로 유지 관리까지 가능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 직배수 기능으로 기기에 물을 직접 공급하고 먼지통 비움부터 자동 물걸레 세척,내부 기기 청소 등 전 과정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