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 2금융권 중·저신용자 외면 심화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모두 보수적 대출태도 유지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중·저신용자 등 서민들의 은행 대출 문턱은 올해도 여전히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1금융권에서 외면 받은 이들이 2금융권의 문을 두드려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쉽게 대출을 내주지 않아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저신용자는 올해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마저 그 문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가계 신용위험이 커져 2금융권이 대출 승인에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탄식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저축은행의 대출태도는 -25로 지난해 4분기(-32)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상호금융조합과 신용카드회사도 각각 -29, -6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대출 태도인 대출행태지수는 플러스(+)로 나오면 완화, 마이너스(-)로 나오면 강화를 의미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사잇돌 제외)는 전년 대비 4조6244억원(42.9%) 감소한 6조1598억원(잠정)으로 나타났다. 민간 중금리대출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23만4364건(37.4%) 줄었다.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한도 상한선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금리상한선은 지난해 상반기 각각 10.50%, 17.50%까지 올랐다. 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상한이 한도인 15.50%에 높아졌다. 카드사 역시 올해 상반기 12.25%로 뛰면서 금융위가 정한 최고점인 13%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조달금리는 전 업권 모두 올랐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 조달금리는 4.23%, 4.19%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기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조달금리는 각각 4.07%, 4.04%였다. 카드와 캐피탈업권의 조달금리도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서도 2금융권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상품 출시 이벤트나 광고를 거의하지 않고 있다. 금리 경쟁력이 1금융권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역마진을 감수하면서도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1금융권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인해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이 축소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던 바 있다.
다만 2금융권도 할 말은 있어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20대 연체율은 6.9%로 전년동기(5.3%) 대비 1.6%포인트 급증했다. 60세 이상의 연체율은 6.8%로 전년동기(6.3%) 대비 소폭 늘었지만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