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규모 철도 지하화·출생기본소득 발표에도 재원은 "…"

일단 당선이 목표 뒷감당은 나중 ‘투척성 공약’ 난무 비용 추계·재원 조달 빠진 ‘총선용 포퓰리즘’ 비판 봇물

2024-02-01     이태훈 기자
한동훈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선 여야가 대규모 예산을 요구하는 복지 및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작 천문학적 비용에 대한 구체적 재원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만큼 여야가 나란히 '총선용 포퓰리즘'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겨냥한 경쟁적 정책 발표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저출생 해법을 동시에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31일과 이날 각각 도심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저출생 해결에 대한 접근법은 여야가 조금 다르다. 국민의힘은 기업체(직장)와 연계한 정책을 통해 부부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10일인 '아빠 휴가'를 1개월 유급으로 확대해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며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160만원으로 2배 인상하는 안 등이 있다.

민주당 저출생 해결 정책의 핵심은 자녀를 둘 이상 낳은 가정에 확실한 재정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원을 10년 만기로 대출해 주되,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결혼·출산지원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신혼부부가 첫째 자녀를 낳으면 1억원 대출이 무이자로 전환된다. 둘째를 낳으면 무이자에 더해 원금의 절반인 5000만원 감면 혜택을 주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1억원이 전액 탕감된다. 민주당은 해당 공약 추진에 연간 28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여야는 철도 지하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국 도심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비수도권에도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해 전국 주요 권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민간 자원'을 활용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방안과 정확한 예산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예외 없이 지하화하는 공약을 선보였다. 이날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하화 계획과 관련해 "총연장은 약 260.2㎞ 정도로 추정되고 그중에 한 80% 정도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80조원 내외의 사업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경기도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시키는 '메가 서울' 정책을, 민주당은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한 '출생기본소득'을 정책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다만 이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선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야는 어디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총선만을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거침없이 내지르고 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일단 던져놓고 뒷감당은 나중에 하겠다는 '투척성 공약'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어떤 공약을 내세울 거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설명하는 게 기본"이라며 "재원 근거 없는 공약은 국민들께서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공약 추진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추경이나 증세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여야의 이같은 공약 행보를 싸잡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철도 지하화 공약은 특정 정당의 공약이 아니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출생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서도 "기본소득은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라며 "야당 대표가 총선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공약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