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포퓰리즘'…정치권, 총선 앞두고 '공수표' 남발

與, 대규모 개발 및 감세·규제 완화 발표 野, 저출생 종합대책 등 '기본 시리즈' 내놔

2024-02-01     염재인 기자
여야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경쟁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 이점을 앞세워 대규모 개발과 규제 완화, 감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등에서 선보였던 '기본 시리즈'를 다시 내놨다. 여야 모두 민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에 자칫 '공수표'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대규모 개발 및 규제 완화 등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해당 공약은 특히 여당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실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국 주요 도시철도를 지하화하고, 지하화로 만들어지는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역교통망 확충은 앞서 여당이 내세웠던 '메가 시티' 추진 일환으로도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도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강조, 관련 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지난달 정부가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남부 반도체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그만큼 우리 우선 순위는 반도체"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유지 등 조건 때문에 인기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국민의힘은 가입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도 '기본 시리즈'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해 '분할목돈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도심철도 지하화를 추진할 객관적 여건이 마련됐고 합의도 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에 발표한 저출생 종합대책에서도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거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 대표의 '기본사회 구상'을 담은 바 있다. 공약에 따르면 자산·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원(10년 만기)의 결혼·출산지원금을 대출해 준다. 자녀를 한 명 낳으면 이자 감면, 두 명 낳으면 원금 50% 감면, 세 명 낳으면 원금 전액 감면을 해주자는 것이 골자다.  전날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예외 없이 지하화하는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공약에는 수도권 도심 구간을 지나가는 지상철·GTX·도시철도 등을 모두 지하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담겼다. 경인선과 경의중앙선, 경원선, 경춘·경부선을 포함한 서울 지상철 등을 전부 지하화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공약은 전날 한 위원장이 제시한 철도 지하화와 광역급행열차 도입 공약과 맞물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민생 기조를 앞세워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수 펑크'가 현실화된 만큼 공약 이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가 공언하는 정책들이 상당수 민간투자를 통해 충당하는 방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 모두 공약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총선용 공약',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