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인가 허들 없어진 DGB, 시중은행 전환 가속페달
금융당국 “인·물적 자원 갖춘 지방은행, 시중銀 전환 예비인가 불필요” DGB “사명 변경, 대면·비대면 채널 전략, 내부 통제 등 면밀 검토 중”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하기로 함에 따라 DGB대구은행(이하 DGB)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속페달을 밟게 됐다. DGB 측도 발 빠르게 인가 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금융위, 31일 지방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절차 발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절차 발표’를 통해 “인·물적 설비를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 중인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신청 시 반드시 예비인가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신청인이 바로 본인가를 신청하면 예비인가를 생략한 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DGB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한 DGB는 관련 추진팀을 신설한 뒤 그룹과 은행 공동으로 관련 TF를 구성했다.
DGB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나온 만큼 인가 신청서를 속도감 있게 제출하겠다”며 “지난해 7월부터 TF를 구성해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한 만큼 이른 시일 내 인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GB 측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사명 변경 등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도 고려 중이다. 시중은행 전환 발표 당시부터 DGB는 ‘IM뱅크’, ‘DGB은행’ 등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DGB 관계자는 “사명 변경 등 브랜드 전략 구성을 위한 외부 컨설팅, 임직원 설문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곧 제출할 인가 계획서에는 사명 변경뿐만 아니라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금융 소비자 혜택 증진이라는 당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내용도 담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35년 만에 대구 본점 시중은행 탄생 임박
DGB가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30여년 만에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탄생한다. 지난 1989년 대동은행 이후 34년 만이다. 대동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인가 약 10년 만인 199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방 거점 시중은행 탄생 외에도 5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 속 ‘메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조달 비용의 하락을 통해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더 낮은 금리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을 촉발, 5대 은행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밝힌 만큼 DGB는 인·물적 자원을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방은행”이라며 “시중은행 전환으로 조달 비용이 적어지고,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확대된다면 지금보다 높은 금리 경쟁력으로 고객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용퇴를 결정한 김태오 DGB 회장 2기 체제 때 시작한 ‘디지털 전환’ 행보도 해당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8년 5월부터 DGB를 이끈 김태오 회장은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DGB 전 금융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DGB대구은행 뱅킹앱 ‘IM뱅크(2015년 출시)’다. 2019년 해당 앱의 뱅킹·알림·인증·보안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모바일 플랫폼 역량이 강화됐다.
2019~2021년에는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이 없었던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DGB유페이 등이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였다.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HTS), DGB유페이는 2020년 클라우드 기반 결제 서비스 앱, DGB캐피탈은 2021년 10월에 모바일 앱을 내놨다.
김태오표 디지털 전환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100만명 대였던 DGB 디지털 활동 고객은 지난 2022년 292만명으로 3년 새 약 3배 성장했다.
관련 영업수익도 9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DGB 디지털 영업수익은 878억원으로 전년(560억원) 대비 56.79%(318억원) 급증했다. 200억원 내외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4배 가량 수익이 늘었다.
DGB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 시절 디지털 사업 등을 가속화, DGB는 총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4500억원에 이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며 “현재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과제를 앞둔 만큼 마케팅, 대면·비대면 채널 전략, 건전성 관리, 내부 통제 등 업무 영역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