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저하고’ 아닌 ‘상저하저’ 가능성도… 부동산 시장 회복시기 ‘안갯속’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져… 인하 시에도 당장 영향 제한적

2024-02-04     권영현 기자
상반기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네 차례 연속 동결로 상반기 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 타이밍도 잡기 어려워졌다.

지난 2023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올 상반기 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한국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는 '상저하고'가 예상됐으나, 이번에 미국이 금리동결을 이어가게 되면서 하반기에도 시장 활성화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22건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대출금리 부담 등으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관건으로 금리 인하를 꼽고 있지만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나마 하반기에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내수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상승이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하반기 금리인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당장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급격한 인하보다는 소폭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영향은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또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굉장히 강화돼 있고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대출 가능 금액을 드라마틱하게 확대할 가능성이 적어 내년까지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타난 건 보통 물가가 안정되거나 경제 여건이 좋아진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통상 시장에서는 6개월을 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나 다른 개발호재들이 나타날 경우 수요자들이 반응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해 부동산 시장을 '상저하저'로 예상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시그널이 오더라도 이미 집값이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금리 역시 저금리 시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며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가 단행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는 내년 혹은 그 이후 올 가능성도 있어 올해는 상저하저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적인 부동산 연착륙 방안을 쏟아내기보다는 과거에 나왔던 정책들의 빠른 법 개정안 통과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에서는 거래량 정상화를 위한 방책을 고민하고 있는데 실거주의무 완화나 취득세 완화책 같은 법 개정이 아직 안 된 부분이 있어 법령 개정 통과 시키는 게 먼저”라며 “1‧10부동산대책은 계획만 나온 상황이고 지침이나 시행령, 법령 개정 같은 과제가 남아 있어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도 “현재 정부의 규제 완화는 대부분 공급 위주로 이뤄져 공급 측면에서 도움이됐지만 수요 진작도 필요하다”며 “수요의 경우 전체적인 경기가 회복돼야 하고 정책적으로 내놓을 부분은 세금에 대한 것인데 법 개정을 위해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