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빈발’ 가자 남부 칸유니스 18만명 피란…설상가상 자금줄 막혀

UNRWA 하마스 연루 의혹에 지원금 끊겨…사망 2만7019명·부상 6만6139명

2025-02-02     김민주 기자
가자지구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엔 구호기관 직원들의 하마스 연계 의혹이 불러온 파문 탓에 가자지구를 지원할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이 지역의 인도적 위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인 칸 유니스에서 최근 며칠 새 피란민 18만4000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유엔 난민캠프가 몰려 있는 칸 유니스는 작년 말부터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빈발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에 공습이 집중됐던 개전 초반 많은 피란민이 칸 유니스에 모여들었지만 대피처였던 이 지역마저 전쟁터로 바뀌었다. 이스라엘군은 칸 유니스 곳곳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지상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일간 18만명 넘는 피란민이 칸 유니스에서 쫓기듯 빠져나왔다. OCHA는 이들이 이미 과밀화한 가자지구 남단 라파 지역으로 가지 못한 채 칸 유니스 서부 외곽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가운데 집을 잃고 보호시설 등지에 머무는 피란민을 17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가자지구 전역은 식량 위기 상태다. 유엔은 작년 12월부터 가자지구 주민 모두가 급성 식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어느 때보다 국제 구호사업이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절박해졌지만 하마스 연계 의혹이라는 돌발 악재가 불거지면서 유엔의 가자지구 구호업무마저 재정적 위기에 봉착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과정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16개 주요 공여국이 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유엔은 엄정한 의혹 조사를 약속하고 각국에 지원 재개를 호소하고 있지만 공여국들은 유엔 구호기관의 중립성에 타격을 준 이 사건을 두고 조사결과가 나와야 지원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 구호사업을 주도하던 UNRWA의 활동이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지 주민 피해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OCHA는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31일부터 전날 사이에 팔레스타인인 118명이 숨지고 19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전쟁이 터진 작년 10월 7일 이후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 수는 2만7019명, 부상자 수는 6만6139명에 이른다.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가자지구 병원 36개 가운데 부분적으로나마 기능을 수행 중인 병원은 14개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