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에 은행주 실적전망 ‘흐림’

4대 금융지주사, 지난해 4분기·연간 실적 발표 임박 태영건설·홍콩H지수 ELS 등 위기에 순이익 부진 우려

2024-02-04     최재원 기자
4대금융지주.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실적 발표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및 태영건설 관련 손실에 대한 부담에 전년 대비 부진한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3.3% 감소했다. 이는 당초 하나금융에 대한 증권사들의 최근 실적 전망 기대치인 3조5733억원보다 3.4% 더 낮은 것이었다.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한 그룹의 핵심 이익은 10조7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0.36%(387억원) 증가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3709억원의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1일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뒤이어 오는 6일에는 우리금융지주, 7일 KB금융지주, 8일 신한금융지주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 금융지주의 실적도 전년 대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4조5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역시 2조8494억원으로 1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실적 악화와 함께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 여파 속에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2조7652억원의 연간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4조1732억원에서 4조8206억원으로 유일하게 큰 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상 최초 ‘5조 클럽’ 가입(5조506억원)이 예상됐지만 이 역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금융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40~80%의 배상 비율로 배상한 바 있다. 이 같은 금융지주의 실적 하락은 금융권 상생금융과 관련한 비용 부담과 태영건설 관련 손실 인식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4대금융지주가 상생금융으로만 투입한 자금은 약 1조3000억원으로 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이다. 이 중 약 70~80% 가량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등 은행권을 향한 날선 발언 이후 상생금융 압박을 받는 중이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물밑 조율 중이다. 아울러 태영건설 관련 충당금 822억원(은행 599억원 등), 증권 자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 3874억원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금융지주사들은 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인해 충당금을 더 적립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취급한 홍콩 ELS 판매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 5대 은행만 14조64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