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갱신권 미사용 임차인, 평균 보증금 510만원 상승

전셋값 상승에 증액갱신 63% 갱신권 사용 비중은 34%로 줄어

2024-02-04     나광국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지난 2023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한 임차인은 보증금이 평균 51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전세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평균 5억886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상 2년 전에 체결한 해당 계약들의 이전 전세 보증금(5억8356만원)보다 평균 510만원(약 0.9%) 오른 것이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은 갱신계약 보증금은 해당 계약들의 종전 보증금보다 평균 0.8∼2.5%가량 낮았다.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계약을 하더라도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의 일부를 반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는 상반기부터 이어진 전셋값 상승으로 집주인이 종전계약보다 평균 510만원을 올려 받았다. 경기 역시 지난해 4분기 갱신권 미사용 재계약의 전세 보증금은 평균 3억5634만원으로, 종전 보증금 평균가(3억5785만원)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로도 갱신권 미사용 재계약의 전세 보증금이 평균 4억5232만원을 기록하며 종전 보증금(4억5242만원) 수준을 사실상 회복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갱신권을 사용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의 보증금은 평균 6억1631만원으로, 종전 계약의 평균 보증금(6억9002만원)보다 10.7%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갱신권을 쓰면 종전 보증금의 5% 이내로 인상률이 제한되며, 계약기간 내 1회만 사용할 수 있다. 작년 4분기에 갱신권을 썼다면 종전 계약은 신규 계약이거나 갱신권을 쓰지 않은 갱신계약인 만큼 2년 전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재계약 시점에 감액갱신을 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은 서울 아파트 재계약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는 보증금을 올려준 증액갱신 비중이 56.2%였으나 4분기에는 63.1%로 높아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의 증액갱신 비중이 23.4%인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임대차 2법 도입 초기와 견줘 갈수록 감소세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재계약에서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34.4%로,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낮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갱신권을 쓰지 않은 갱신계약의 보증금이 상승하고, 종전 계약 대비 증액갱신도 늘었다”며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더 오르면 앞으로 증액 갱신 비중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