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LCC 웃는다'

각국 경쟁당국 승인 위해 FSC 시정조치 일본·유럽 노선 및 화물사업부 매물 나와 LCC, 인수 전략으로 사업규모 확대 기회

2025-02-04     이상래 기자
사진=티웨이항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매물로 나올 일부 일본·유럽 노선과 화물사업의 향방에 따라 LCC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국내 대형항공사(FSC)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FSC와 LCC을 경쟁 구도로 보지 않는다. FSC와 LCC가 주로 공략하는 고객군(群)이 다르기 때문이다. FSC는 위탁수하물, 기내식 등 풀 기내서비스와 다양한 좌석 등급을 나눠 제공한다. LCC는 기내서비스 최소화 등 비용 절감으로 운임을 크게 낮춘다. 하지만 이번 국내 두 FSC의 합병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필수 신고국가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일부 해외 노선을 포기하면서다. 해외 경쟁당국은 이번 합병으로 특정 시장 점유율이 과도하게 증가될 것을 우려해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으로부터 획득한 승인 과정도 마찬가지다. JFTC 시정조치 요구에 따라 대한항공은 한-일 여객노선 12개 중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국적 LCC를 비롯해 진입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위해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국내 LCC로서는 한-일 여객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일본처럼 EU 경쟁당국의 승인 과정에서도 대한항공이 한-EU 여객노선의 양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이 4개의 유럽노선을 티웨이항공이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U 경쟁당국 승인을 위해 결정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도 LCC업계 변수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LCC와 화물사업자인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 LCC의 통합도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서울·에어부산은 FSC 합병이 완료되면 통합 LCC로 새출발을 하게 된다. 세 LCC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총 54대로,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여객기 40대·화물기 2대)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