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청산" vs "검사 독재 타파"…여야 '프레임 전쟁' 불꽃
與 "86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엄중한 국민 심판 필요" 野 "제 눈 들보부터 봐야…청산해야 할 것은 '검찰 독재'
2025-02-04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최근 '운동권 청산'과 '검사독재 타파'라는 '프레임'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양당의 프레임 중 어느 쪽이 중도층에 더 설득력을 발휘해 오는 총선에서 더 높은 지지를 끌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맞서 참신성과 전문성을 가진 후보들을 공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 시민단체들이 개최한 운동권 정치 세력 비판 관련 토론회에 축사를 보내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며 "현재는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면서 권력을 이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운동권 세력은)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는 4·10 총선에서도 살아남아서 권력을 향유하고자 혈안"이라며 "정치의 퇴행을 이끄는 세력들이 이제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대표적인 운동권 정치인으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청래 의원 등을 지목한 바 있다. 지난달 그는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출마 예정인 임 전 실장에 대해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간 기득권을 장악해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냐"며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 살릴 것 같냐"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상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전 의원을 내세운 것이다. 또 서울 마포을의 정청래 의원 지역구에 대해 "개딸민주주의, 개딸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개인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 의원"이라면서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않다"고 김경율 비대위원을 맞수로 추천했다. 다만 한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들은 '사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따라 김 비대위원은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지속해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총선 직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직격하며 '검사 독재 타파'를 내걸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운동권이 아닌) '검사 독재'"라며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했다.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정부 여당은 민생 경제 위기를, 평화 위기를, 인구 위기를, 민주주의를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주장에 대해 "남의 눈에 티보다는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정부가 불러온 이 국정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 대표의 주장은 여당 내 '검찰 공천'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명분을 더욱 얻고 있다. 특히 검찰 출신 후보 30여명이 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실이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