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저성장·저출생 시대, 여성기업에 주목해야 할 때

2024-02-06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이정한

매일일보 |  대한민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1.4%로 코로나19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도 저성장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부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출생률은 0.78명으로 인구절벽을 넘어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유럽의 인구감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전문가가 단기간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출생률도 증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지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한국이 근로 시간의 성별 격차를 OECD 국가 평균 수치로 축소할 경우 1인당 GDP가 18% 상승할 것”이라며, "더 많은 여성을 일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소득을 올리고 기업을 강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30대 여성의 고용 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출생률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강조했다. 여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여성 중소기업 현황’에 따르면 여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이 남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의 2배 이상 더 많은 여성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즉, 여성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고, 출생률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여성의 창업과 기업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여성기업은 314만 개로 전체 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도소매, 부동산, 요식업 등 생계형 업종에 집중되어 있고, 매출 규모와 수출지수도 매우 낮아 더 많은 질적 성장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여성기업을 경제주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여 지원하는 경향이 컸다면, 이제는 미래 경제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 여성창업을 촉진하고, 여성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여성기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여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공한 여성기업가를 발굴하여 롤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여성기업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기업가정신을 심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여성기업 육성은 국가 경제 발전은 물론 여성경제 활성화, 저출생 문제해결 등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열쇠이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여성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관심을 갖고 응원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