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턴 이재용 회장, '뉴삼성' 본격 시동 기대감
재판부, 이재용 '경영권 불법 승계' 1심 무죄 판결…2020년 기소 1252일만에 무죄 대규모 투자 및 M&A 시동 기대…그룹 컨트롤타워 부활·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2025-02-05 신영욱 기자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숨 돌리게 됐다. 무려 3년 반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진행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봤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 등이 남아있는 만큼 사법리스크의 완전한 해소까지는 향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200여일의 기간 동안 진행되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상징성이 크다. 이번 무죄 판결으로 등기이사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부분에서도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피고인 13명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1일 검찰에게 기소된지 1252일, 약 3년 5개월만에 내려진 무죄 판결이다. 법원은 공소 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봤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이 아닌 만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 판결로 이 회장과 삼성의 경영활동에 대한 족쇄가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5일) 선고된 사건이 승계 작업 자체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판결인 만큼, 재판을 두고 재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이번 판결로 제대로된 '이재용표 삼성'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직에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뉴삼성'에 대한 별다른 언급없는 경영 활동을 이어왔다. 사법리스크가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 삼성의 본격적인 '이재용시대' 개막이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주고, 반도체 매출에서도 인텔에 1위 자리를 탈환 당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시장 패권 회복을 위한 다방면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뉴삼성'의 본격 가동을 위한 대대적인 인사나 조직 개편 진행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도 이번 무죄 판결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등에서는 삼성의 M&A 재개 등에 대한 기대감도 돌고 있다. 인공지능(AI), 핀테크, 로봇, 전장 등 기술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지만, 삼성의 경우 사법리스크의 영향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약간의 투자를 진행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장의 경우 지난 2017년 인수한 하만의 매출이 급성장하는 등 성과를 얻고 있으나, 삼성의 M&A는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이외 최근 AI, 로봇 등 변화의 핵심과도 같은 시장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치 확보를 위해서는 M&A가 사실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의 완전 해소까지는 향후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검찰의 항소로 2심과 3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