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처럼 수출 회복세, 성장엔진 가동을 위한 초격차기술 개발에 총력을
매일일보 |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엔진인 수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1일 발표한 ‘2024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463억 달러 대비 18.0% 증가한 546억 9,000만 달러,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 590억 달러 대비 7.8% 감소한 543억 9,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플러스(+) 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무역수지도 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제시한 역대 최대 규모인 ‘7,0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에도 한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새해 첫 달 수출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며 무려 20개월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13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고, 대중국 수출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탄 모양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 93억 7,000만 달러(증감률 56.2%), 자동차 수출액 62억 1,000만 달러(증감률 24.8%), 석유제품 수출액 47억 2,000만 달러(11.8%) 등이 수출을 주도했고,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액 106억 9,000만 달러(증감률 16.1%), 미국 수출액 102억 2,000만 달러(증감률 26.9%), 아세안 수출액 87억 6,000만 달러(증감률 5.8%) 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조업 일수가 지난해보다 2.5일 많은 점을 고려해도 일 평균 수출이 5.7% 늘어난 실적이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2월 1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수출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대기업 73.3%가 ‘올해 수출이 전 년에 비해 증가하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2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이 꼽은 주요 이유는 수출 대상국의 수요 개선(39.1%), 신사업 발굴 및 사업 다변화 효과(20.9%)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높은 원자재가격 지속으로 수출경쟁력 약화(40.0%), 미․중 등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37.5%)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5.8%), 바이오·헬스(5.0%), 전기·전자(4.2%), 자동차(3.9%), 일반기계(3.5%) 순으로 수출 증가율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고, 반면에 올해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철강(-0.7%), 석유제품(-0.6%), 석유화학(-0.2%)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수출 환경은 곳곳에 장애물과 암초들이 가로놓여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5.25~5.50%)하면서 오는 3월 인하 가능성을 일축해 고금리의 장기화가 더욱 우려된다. 고금리 부담 가중으로 한국의 건설업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 뇌관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 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발 ‘한반도 전쟁 위기설’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우려된다. 물론 남북 간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미·중 갈등 격화와 공급망 재편 와중에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흐름이 거세지면서 수출 시장의 장벽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으로 우리 제품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뼈아픈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자국중심주의 확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통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므로, 기업의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올해 가장 우려되는 수출 리스크로 ‘세계 경제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42.0%)’라고 답했다. 또 원부자재 가격 상승(20.7%), 러·우, 이·팔 전쟁 장기화(11.3%),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성(10.7%)을 수출 환경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다소 표현만 다를 뿐 모두가 같은 맥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 IT 업황이 회복되면서 지난해에 비교해서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중국 경제의 회복 지연,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하방 요인도 상존(常存)함을 각별 유념하고 작금의 모처럼 수출 회복세가 끊기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원자재 수입 지원과 투자 세제지원 등을 통해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중대 기둥으로 남은 것이 수출”이라며 7,0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으로 글로벌 5~6위 수출 강국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여전한 고금리와 고물가, 가계·기업 부채 증가 등 실물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불어오는 수출 훈풍을 타고 목표 달성을 위해 도전적으로 역량을 끌어모아 실기하거나 흐름의 주도권을 놓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
산학연정(産學硏政)이 하나로 결집하여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초격차기술’을 개발하는 금자탑(金字塔)을 세우고, 미증유(未曾有)의 신성장 동력의 신화(神話)를 창조하는데 승부수를 걸고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고 ‘헤게모니(Hegemoni)’를 잡을 수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미·중 무역 갈등의 증폭에도 대비해 국익을 지킬 수 있도록 정교한 경제안보 외교를 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수출 지역·품목의 다변화는 물론 원자재 공급망 다원화를 위해서도 국가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 산업 현장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분석하고 자주 찾아 소통하면서 발목을 잡는 규제를 철폐하고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서둘러 극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모처럼의 수출 회복세의 호기(好機)를 잘 살려 수출 성장엔진의 역동적인 가동을 위한 초격차기술 개발에 총력을 경주(傾注)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